“현재의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결과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반복되는 일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게 반복되는 일은 반복되는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은 습관이라 불린다. 의식하지 못하지만 작은 습관들이 모여 우리의 생활을 형성한다.
한 해가 시작되거나 개강을 하면 모두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만 습관의 관성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는 꼭 성적장학금을 타야지’, ‘다이어트에 성공해야지’라고 다짐하며 전과는 다른 행동을 해보지만 어느새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고 만다. 이렇게 우리의 발목을 잡기도 하는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습관,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
습관이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다. 우리는 습관을 갖고 있기에 특정한 상황이나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될 때 무의식적으로 같은 행위를 하게 된다. 긴장을 하면 다리를 떤다든지, 술을 마시면 담배를 핀다든지, 습관의 종류도 다양하다. 습관의 수는 전 세계 사람의 수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70억의 지구인 중 습관이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누구나 습관을 갖는 이유는 습관이 우리에게 유용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습관은 우리가 효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의 뇌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 정해져 있는데, 어떤 일을 의식적으로 할 경우 그 일과 관련된 뇌의 일부분이 활성화된다.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일수록 사용하는 뇌의 부분이 커지고 결국 다른 일에는 신경 쓰기 힘든 상태가 된다. 
반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의 경우, 뇌의 극히 작은 부분만이 활성화된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그 일에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 결과 뇌가 자신의 용량을 복잡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데 쓸 수 있게 된다. 만약 습관이 없다면 우리는 반복되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매번 밥을 먹을 때마다 수저를 움직이는 방법을 생각하고 음식물을 씹는 턱의 힘을 조절하느라 진땀을 뺄 것이다.

습관의 생성, ABC 3단계
습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행동과학의 ABC모델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ABC모델의 A는 선행조건(Antecedent), B는 행동(Behavior), C는 결과(Consequence)다. 즉 ‘어떤 자극이 주어졌을 때, 어떤 행동을 하고, 그 결과 어떻게 됐다’라는 것이다. 선행조건은 습관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방아쇠다. 보통 뇌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만큼 습관은 아무런 이유 없이 반복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상황이나 자극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선행조건이 주어졌을 때 특정한 행동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습관이다.
습관을 만드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결과다. 결과는 습관이 강화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어떤 자극이 가해지고 그로 인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긍정적인 보상을 얻게 됐다고 하자. 그럴 경우 같은 상황이 반복됐을 경우 그 보상을 다시 얻기 위해 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이 일관적으로 반복될 경우, 습관이 만들어지고 점점 굳어 지게 된다.
점심시간 뒤의 전공수업시간, 조곤조곤한 교수님의 목소리를 자장가삼아 졸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강의가 끝난 후 다음시간에는 이러지 않으리라 다짐해 보지만, 떨어지는 눈꺼풀을 막기는 쉽지 않다. 습관적으로 반복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를 ABC모델로 분석해보면 점심을 먹고 난 뒤의 수업이라는 상황, 조용한 교수님의 목소리라는 자극이 선행조건이다. 그 자극을 받아 조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 결과로 얻는 보상은 무엇일까. 어려운 수업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격렬한 뇌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나쁜 습관도 있지만 자신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좋은 습관도 많다. 메모하는 습관, 정리하는 습관 등이 그것이다. 나쁜 습관을 이런 좋은 습관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루 이틀도 아닌 긴 세월동안 만들어진 습관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과연 습관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꾸준히, 반복하며, 고리를 끊기
습관을 고치는 데는 평균적으로 66일이 걸린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필리파 제인 랠리 교수는 지원자를 받아 습관 형성에 관한 실험을 했다. 지원자들은 몇 가지 행동을 반복하며 그것을 습관으로 만들었다. 정해진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불편함을 느낄 경우 습관이 형성된 것으로 판단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설문을 통해 완성된 결과에 따르면 습관을 바꾸는 데는 평균 66일이 걸렸다. 66일이라는 기간은 습관과 함께한 시간과 비교해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습관을 고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앞서 나온 ABC모델을 참고하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습관적인 행동은 특정 조건이 있어야 나타난다. 즉 행동을 발생시키는 상황이나 자극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것을 피하면 습관을 버릴 수가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은 완전하지 못하다.
다음 방법은 두 번째 단계인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습관은 무의식적이라 행동을 바꾸기 위해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귀찮은 마음도 들고 신경도 쓰인다.
이렇게 습관을 바꾸려 할 때 겪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세 번째 단계인 결과가 필요하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 한 행동의 결과로 발생하는 보상을 주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착한 일을 하면 과자나 용돈을 주듯이, 습관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만큼 자신에게 보상을 해준다. 물론 세세하고 정확한 행동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노력한 정도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행동의 결과로 주어진 보상은 새로운 습관이 강화되는 데 큰 힘이 된다. 몰론 이 모든 일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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