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그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사람은 모두가 자기 자신을 걱정함으로써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사랑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려진 인간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지나가던 사람에게 사랑이 있어 그를 불쌍하게 여기고 사랑해 줬기 때문이며, 고아가 된 아이가 잘 자란 것은 모두가 그 아이의 생계를 걱정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 여인의 사랑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톨스토이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사랑은 가식적인 행위가 아니라 진정한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것은 믿음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절대군주의 알량한 자비와 종교인들의 이율배반 속에 난도질당하면서 피를 뿌려 투쟁해 얻은 것이 오늘날의 민주요, 자유다. 말하자면 현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국민은 권력과 권위에 대한 강한 불신에 기초해 있다. 정치인들은 더 이상 신의를 말하지 말 것이며 종교인들은 더 이상 사랑을 말하지 말라. 다만 신의와 사랑에 바탕한 스스로의 ‘생활’만이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국민들의 정부발표에 대한 신뢰가 우려의 수준에 이르고 있고, BBK가 누구의 것인지 아직도 상당수 국민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며,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는 갖가지 논리의 반론이 제기되고 있고, 검찰조사로 해명되었다고 했던 민간인 사찰 문제가 선거철을 맞아 다시 원점에서 재수사되고 있다. 이쯤 되면 국가와 사회의 책임 있는 인사들은 국민들이 굶주려 가고 있음을 알아야 할 텐데, 이것 또한 오리무중이다. 국민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것은 믿음이다. 때문에 국민은 뿌리칠 수 없는 불신에 오늘도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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