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봄은 물러가고 신록의 계절이 찾아왔다. 캠퍼스는 이미 여름을 맞이한 듯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여름의 열기가 한층 후끈해진 가운데 캠퍼스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캠퍼스 커플이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커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바로 ‘커플링’이다.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커플링의 재질은 금과 은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금에서는 14K와 18K금이 선호된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연인과 결별한 후에는 추억이 담긴 커플링을 팔게 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귀금속을 팔 때, 감정사의 말을 무조건 믿을 수 있을까?

 금은방마다 달라지는 감정가

 금의 매매가격이 얼마나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서울시에 위치한 금은방 6곳과 이동식 금 매입소인 일명 ‘떳다방’에서 직접 금제품 감정을 의뢰해봤다. 사전에 준비한 금제품은 24K 금반지와 18K 금반지 총 두 종이다. 전문 금거래 업체인 한미 금 거래소의 도움을 받아 사전에 측정한 24K 금반지의 무게는 약 9.5g으로 정제비를 제한 적정 거래가는 지난 5월 8일 시세 기준으로 약 53만원, 18K 금반지는 3.75g으로 약 15만원이었다.

 처음 방문한 곳은 동대문구에 위치한 A금은방이었다. 이 업체에서는 처음에는 감정을 거부했다. 도난품일 우려와 실제로 거래하지 않으면 가격을 알려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설득한 후에 감정을 받아보자 감정사는 각각 52만원, 11만원을 매입 가격으로 제시했다. 모두 정상가보다 낮은 금액이었다. 특히 18K 금반지는 정상가에서 35%정도 깎인 금액이었다.

 이렇게 금은방을 직접 방문해 같은 제품들을 감정해본 결과 편차는 심각하게 나타났다. 두 제품에 대해 모두 최고가를 제시한 C업체는 각각 55만원, 15만원을 제시했다. 반면 두 제품 모두에 대해 최저가를 제시한 이동식 금 매입소인 G업체는 각각 45만원, 10만원으로 감정했다. 총액을 놓고 비교를 하면 무려 15만원의 차이가 나는 금액이다.

 지역 금은방에서 24K 금반지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18K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이 크게 엇갈렸다. 가장 낮게 평가한 곳은 B업체와 G업체로 10만원이었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C업체와 무려 5만원 차이로 정상가의 66%에 불과하다.

속임수 감정에 우는 소비자들

 금제품 매매 피해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금제품을 팔 때,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하는 사례다. 주부 A씨(50)는 얼마 전 아파트 단지에 들어온 이동식 금 매입소를 이용했다가 큰 피해를 볼 뻔했다. A씨는 쓰지 않는 금제품 5종을 팔아 목돈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시간 여유가 없어 금은방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신이 살던 아파트 단지에 이동식 금 매입소가 들어왔다. A씨는 모아둔 금제품을 모두 가져가 감정을 받았다. 이동식 금 매입소가 제시한 금액은 102만원이었다. 너무 적다고 여긴 A씨는 판매를 보류하고 일주일 후 금은방에서 판매를 했다. 금은방의 감정 가격은 172만원으로 무려 7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금액이었다. A씨는 “하마터면 사기에 가까운 피해를 볼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금제품 감정가격에 대한 불신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18K 금목걸이를 금은방에 판매한 학생 B씨(22)는 “돈이 급하게 필요해 팔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가격이 적정했는지 믿을 수 없다”며 업체들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B씨는 “당시 판매했던 업체에서는 학생이라 가격을 더 쳐준다는 듯이 말하며 2만원을 얹어줬다. 가격 책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냐”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여러 곳 비교해보는 것이 중요

 그렇다면 내가 가진 금제품을 제값을 받고 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코리아 골드 밸류 한미금거래소 청량리점 송성기 대표는 “최소한 두 세 곳 정도 직접 가서 감정을 의뢰해보고 비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할 제품들의 중량을 미리 확인하고 시세 또한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확인해봐야 한다”며 사전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제품 매매 시, 가격차이가 존재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이동식 금 매입소나 금은방에서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일정 비율의 금액을 빼는 경우가 있다. 또 18K나 14K 제품은 24K와 달리 정확한 감정가격이 공시되지 않아 가격편차가 더욱 크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송성기 대표는 “특히 이동식 금 매입소는 지역 금은방과 달리 입소문에 의한 피해가 없고, 연고가 불확실하니 가급적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떳다방’을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덧붙여 그는 판매하고자 하는 귀금속에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면 반드시 감정서를 함께 챙겨갈 것을 당부했다. 송성기 대표는 “금제품의 판매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금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함량 미달이나 폭리 등 소비자 기만사례가 많다”며 금제품을 매매할 때는 항상 주의해야 함을 강조했다.

글·사진_ 김홍진 기자 bj293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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