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경선 부정의혹에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른바 ‘당권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4.11 총선에서 ‘정권 심판’의 이름 아래 똘똘 뭉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청렴’과 ‘순수’의 이미지를 가졌던 진보진영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결국 들려오는 소리는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실망 섞인 읊조림뿐이다.

 이런 정치권의 부정한 관행과 암약에 대해 영화 <킹메이커>는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주지사 ‘마이크 모리스’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다. 마이크는 뛰어난 전략가 ‘스티븐 마이어스’덕분에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혀나간다. 그러던 중 마이어스는 모리스의 추악한 면을 목격하고 상대진영의 회유에 흔들리며 정치적 거래를 준비한다.

 마이어스는 정치 초년생으로 젊고 유능하며 ‘순수’한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 역시 또 한명의 부패한 현실 정치인으로서 타락해간다. 혹자는 말한다. 부패하지 않고서는 정치를 할 수 없다고. 그러나 ‘현실성’과 ‘효율성’의 논리만으로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인물을 시민의 대표로 세울 수 있다는 어불성설을 포장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본 후에 모리스와 마이어스의 정치에서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하지만 이 같은 바람 또한 ‘현실정치’라는 거대한 시궁창 속에서는 색이 바랜다. 뇌물수수, 성추문, 투표조작, 당 권력 싸움 등 정치권에서 하루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스캔들 속에서 순수한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외친들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경선 부정의혹으로 인해 적잖은 사람들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포기했다. 정치의 현실을 이제야 당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구정물이 흐르는 현실정치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바로 그 시궁창에 손을 담가보는 것이다. 현실정치가 더럽다고 해서 외면한다면 더욱 썩어 들어갈 뿐이다. 정치판에서는 제2의 마이어스가 끊임없이 나타알 것이다. 현실정치에 손을 한 번 담가보자. 이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저 SNS를 통해 정치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는 작업도 그 일환이다. 손을 한 번씩 담글 때마다 쓰레기들을 걷어낸다면 언젠가는 맑아지지 않을까.

김홍진 기자 bj293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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