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여 명 촛불시민들 “미 쇠고기 수입 중단하라”

 

 

지난달 25일 미국 농무부가 캘리포니아 주 중부지방에 있는 목장에서 광우병이 걸린 젖소를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광우병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는 즉시 수입을 중단하겠다던 정부는 젖소는 괜찮다, 비정형 광우병은 전염성이 없다 등의 변명을 늘어놓으며 수입 중단을 거부했다. 정부의 거짓된 태도에 격분한 시민들은 광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2일 청계광장에서였다. 주최 측 추산 5,000여 명(경찰 추산 1,500명)의 시민들이 청계광장에 모여 촛불을 켜고 ‘수입중단’, ‘국민주권 지켜요’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국민들의 거대한 촛불시위가 있었던 2008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촛불이 밝혀진 것이다.

 이번 촛불집회는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자유발언 형식으로 진행됐다.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박상표 수의사는 “2008년 이후 촛불 시위를 한 지가 4년이 됐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촛불이 옳았고, 국민이 옳았고, 피디수첩이 옳았고, 정부가 틀렸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젖소는 광우병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4건 중 2건이 젖소고, 일본에서 발생한 광우병 36건 중 32건이 젖소였다. 젖소는 젖을 짜기 위해서 오래 사육하기 때문에 오래 사는 젖소에서 광우병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형 광우병이 전염성이 없다고 말하는 정부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쥐를 통한 동물실험으로 비정형 광우병이 전염성이 있음이 밝혀졌고, 사람과 비슷한 영장류에서도 전염성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집회에는 문성근,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 등 야당 정치권 인사들을 비롯해 한국대학생연합, 참여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했다. 2008년 KBS 스페셜에서 광우병 특집을 다뤘던 이광택 피디 겸 언론노조위원장은 “정부는 30개월 미만의 소니까 안전하다고 하지만 소의 연령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빨로 구분한다고 하지만 먹이상태나 건강상태에 따라 치아의 마모상태는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도축장은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 도축을 하는 속도가 무려 3배나 빠르다. 위험 부위를 제대로 골라낼 수 있을 리 없다”며 위험 부위를 제거하면 된다는 정부의 주장을 비판했다. 이밖에도 핵 에너지 문제, 대형 마트 문제,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최준호 씨는 “광우병은 결국 사육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에서 발생하는 문제고 그것은 결국 환경의 문제, 생명의 문제인 것”이라며 “정부가 약속을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문성원(동국대, 2)씨는 “정상적인 정부였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광장으로 나와서 수고를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나와서 촛불을 왜 들어야 하나 생각하면 참으로 답답하다”며 “앞으로 더 많이 국민들이 각성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아야 할 것이다”라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글·사진_ 박종혁 기자 jongh180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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