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성인계층 중
게임 중독 가장 심해

12년 만에 돌아온 악마 ‘디아블로’가 한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을 빠른 속도로 점령중이다. 유명 게임제작 회사인 ‘블리자드’가 지난 14일에 출시한 PC게임 ‘디아블로3’는 출시 이틀 만에 PC방 온라인게임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게임 출시 하루 전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는 ‘디아블로3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이와 같은 온라인게임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이 도를 넘어 ‘게임 중독’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연령별 온라인게임 이용률이 성인(20~49세)연령대에서 23.8%로 나타났다. 이들 중 소위 ‘인터넷 중독자’로 진단된 비율은 20대가 9.2%로 40대의 4.7%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전체 연령에서는 고등학생의 인터넷 중독자 비율이 12.4%로 가장 높고 뒤이어 대학생이 11.0%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성인계층에서는 온라인게임 중독자가 가장 많은 계층이 대학생인 것이다.


게임 중독, 학업·일상생활 지장줘

이재완(숭실대 1)씨는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디아블로3’를 시작했다. 최근 2주일 간 그의 게임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7시간 정도다.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서 제시한 기준으로 그의 온라인 게임 중독 수준은 ‘고위험’이다. 이재완 씨는 “게임을 하다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강의에 세 번이나 지각을 했다”며 “학점에 출석이 많이 반영되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새벽시간대에 게임을 해서 밤낮이 바뀐 경우도 흔히 볼 찾아볼 수 있다. 한성원(서울과학기술대 2)씨는 “매일 새벽 늦게까지 게임을 하다 보니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려해도 마음대로 잘 수가 없다”며 “바뀐 생활패턴을 되돌려 놓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중간에 끊기가 쉽지 않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3~4시간은 기본이다”라며 온라인 게임의 중독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역시 게임 이용 시간이 6~8시간 정도로 온라인 게임 중독 수준이 ‘고위험’에 속한다.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 따르면 중독 수준이 ‘고위험’인 사용자는 게임을 하지 않을 경우 금단 증상을 보이며, 일상생활장애가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이러한 게임 중독자들은 관련 기관의 전문적 지원과 집중치료가 필요하다. 중독 수준이 덜한 ‘잠재적 위험’ 사용자들 또한 사용시간 조절 능력이 감소하고 사회적 기능이 저하되기 쉬우므로 인터넷 중독관련 정신건강 분야의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온라인게임, 다른 여가생활보다 부담 없어

대학생들이 온라인게임에 접속하는 시간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인 점심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대학 인근의 한 PC방 파트타이머 홍성모(국어국문 11)씨는 “대학생들이 점심시간을 포함한 공강 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저녁시간에 주로 PC방을 찾는다”며 “대학생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시간대는 학생들의 수업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학생들 대다수가 여럿이 온다”며 “대학생들이 집단 여가로 즐기기에 온라인게임은 경제적, 공간적으로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 시간에 10,000원이 넘어가는 노래방이나 10분에 약 1,200원씩 하는 당구장에 비해 시간당 1,000원 정도인 PC방은 대학생들이 실감하기에 가격적인 부담이 덜하다. 또한 가상공간인 인터넷에서 온라인게임이 이뤄지기 때문에 공간적인 제약도 크지 않다.

게임 중독 대학생 규제 방안 미흡

홍성모 씨는 “자정 이후에도 PC방을 이용하는 대학생이 상당히 많다”며 다음날 아침까지 쉬지 않고 게임을 하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음을 강조했다. 현재까지 온라인게임에 중독돼 이른바 ‘밤샘’을 하는 대학생들에 대한 게임 규제 방안은 미흡한 실정이다. 대학생의 온라인게임 중독이 문제가 되는 원인은 대학생들 대부분이 만 19세가 넘는 성인이기 때문이다. 만 19세 이하 청소년의 지나친 온라인게임 이용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게임 셧다운제’ 등으로 어느 정도 규제가 가능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규제책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들의 PC방 출입이 제한돼있는 반면, 만 19세 이상 성인의 PC방 출입은 자유롭다.

글·사진_ 장국영 기자 ktkt111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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