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심장 강남에 위치한 무역협회. 무역업계에 취업고민으로 생각이 많은 김지현(수학 07)멘티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롯데상사에 근무하는 황인욱(세무 98)멘토와 만났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다각화되는 무역업

멘티 : 무역업이라고하면 막연하게 생각하는 학우들이 많은데 무역업계 현황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멘토 : 지금은 무역업이 신고제지만 예전에는 허가제였어요. 신고제보다는 허가제가 관리·감독이 심해요. 무역업이 허가제였던 이유는 무역업이 외화가 오가는 사업이었기 때문이에요. 과거에는 국부가 중요했기 때문에 국가에서 관리했던 것이죠. 따라서 아무나 무역을 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일반기업의 경우 물건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했어요. 파는 통로가 무역상사자격이 주어진 무역상사를 통해서만 가능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과거 1975년 종합무역상사제도가 도입됐고 이후 종합무역상사들은 많은 호황을 이뤘어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88올림픽 이전에는 비즈니스 카드를 들고 해외를 오가는 종합무역상사직원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그러나 무역업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바뀐 이후로 종합무역상사가 가졌던 트레이딩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되자, 2000년대에 들어 종합무역상사들이 힘을 잃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종합무역상사들은 단순한 무역대행이 아닌, 무역대행을 넘어서는 자원개발 등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어요. 최근에는 무역대행을 넘어 역할을 확장하고 있어요. 가령 옛날에는 수산물을 백화점에 납품한다고 하면 양식장 같은 곳에서 샀지만, 이제는 공급관리에 조금 더 신경써서 양식장을 아예 사거나 차리는 식이죠.

멘티 : LG상사의 경우 해외자원개발 중 비철이나 철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또, 삼성물산의 경우 마케팅전략이나 프로그램을 짜주는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멘토 : SK네트웍스 같은 기업의 경우도 해외자원개발 부문과 자원을 국내에 유통하는 부문에 기업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롯데상사의 경우 모기업이 내수기반의 기업이다 보니 수출보다는 수입을 위주로 해요. 그룹사의 장점을 살려서 백화점, 마트 같은 유통업에 관련된 업무를 많이 하는 편이죠.

무역협회의 교육과정을 잘 활용해야

멘티 : 무역업계에 취업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까요?

멘토 : 일단 무역협회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어요. 무역협회의 교육 과정 중에 무역실무과정이 있어요. 물론 이런 과정을 들었다고 무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취업할 때 서류전형은 대학생활을 얼마나 성실히 했느냐, 남들과 다르게 얼마나 준비를 충실히 했느냐를 보는 것이에요. 무역실무과정을 들었다는 문구가 이력서에 있을 경우 무역업계에 맞게 준비된 인재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요. 무역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회사에 얼마나 이익을 가져다 줄 사람인가’의 문제는 나중의 승진과정에서의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무역마스터라는 교육과정도 있어요. 약 1년 정도의 과정인데, 이 과정을 마칠 경우 웬만한 4년제 무역학과를 나온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무역에 관심이 있는 경우 3~4학년 때 휴학할 동안 이 과정을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협회에는 해외인턴과정이 있는데, 이 과정까지 거치면 자신이 무역에 관심이 있는 것을 회사에 확실히 어필할 수 있죠.

영어는 기본, 영업력이 중심

멘티 : 종합무역상사에서 필요로 하는 자질은 무엇인가요?

멘토 : 저는 재무부문이라서 뛰어난 영어실력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영업직인 경우에는 영어를 잘하는 게 기본이라고 할 수 있죠. 요즘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매우 많기 때문에,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지 않는 한 큰 메리트는 없다고 볼 수 있어요.
 따라서 가장 중요한 부문은 영업력이라고 할 수 있죠. 회사마다, 취급품목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영업력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라고 확실히는 말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물건을 잘 사거나 팔지 않는 걸 생각해보면, 영업력의 기본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인 거 같아요.
 영업력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소개서’예요. 가령 유럽여행 갔는데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은 물건이 외국에서 유행하고 있어서, 그 물건을 우리나라에 들여와 팔았다는 경험을 쓰면 영업적 감각을 어필할 수 있죠.
 또 하나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회계능력’이에요. 기업의 언어는 회계라고 할 수 있어요. 영업사원이 영업만 하는 것 같지만, 자신이 다루는 물건의 손익계산서 정도는 만들 줄 알아야하죠. 더 나아가 기업의 재무제표를 볼 줄 아는 눈이 있다면 더 좋고요. 무역업을 공부하는 데 장부작성의 필요성을 느껴 회계를 공부했다고 하면 면접관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어요. 또 간부직 이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회계시험을 치기 때문에 승진에 있어서도 회계능력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무역업이라고 해서 상경계를 나온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화학이나 재료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무역협회에서 무역에 관한 강의를 수강했다고 하면 무역에 관심 있다는 것을 더 어필 할 수 있어요. 해외영업이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문과의 경우 기사자격증을 따놓는다면 좋겠죠. 예를 들어 철강업을 취급하는 회사에 취업하고자 할 때는 금속재료에 관련된 기사자격증을 따는 식으로요. 이 경우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취급 품목까지 연구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죠.

자신의 경험 잘 활용해야

멘티 : 사실 제가 4학년이라 취업준비가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멘토 : 4학년 때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저의 경우 2006년 졸업 후 학원을 하다가 1년 만에 사업을 접고 취업원서를 쓰기 시작했어요. 중소기업에라도 취업을 하려고 원서를 썼는데 하나도 붙지 못했어요. 그때 같은 과 선배가 나한테 맞는 직장에 가야한다고 조언을 해줬죠. 그때부터 두 달 동안 공부해서 토익점수를 맞췄어요. 인턴 경험도 없어서 회계 관련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재정경제부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해 세 달 동안 일한 것을 인턴 경험 대신 넣었어요. 전공을 살려 회계세무 분야로 지원하니까 서류전형에서 통과할 수 있었죠.
 면접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어필이 된 것 같아요. 면접 때 팀장님이 야근이나 휴일근무가 가능하냐고 제게 물었어요. 제가 학원을 하면서 돈 버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그때 생각이 나서 ‘회사가 야근이나 휴일근무를 맡겨준다면 나를 믿어주는 것이라고 믿고 감사하게 할 것이다. 회사의 일원으로 근무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줄 모른다’라고 대답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말이 그 팀장님께 강한 인상을 줬다고 하더라고요.
 인생에서 버릴 경험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원하는 회사에 관련 시켜보세요. 우리대학에 들어올 실력을 가진 친구들이라면 어떤 회사도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용기를 가지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경험들을 활용하면 올바른 진로를 결정할 수 있을 거예요.

정리_ 박성주 기자 ruz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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