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동북아 영토분쟁과 관련하여 어떤 식자는 19세기 제국주의시대가 재현될 조짐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전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면이 있다. 여전히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미국에 대적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 평가되고 있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그에 그치지 아니하고 21세기 해양대국의 꿈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전후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고 하지만 자연재해와 원전사태로 인한 국내외적 위기에 대처하는 그들의 단합된 저력은 갈수록 우익화 하고 있는 국가적 경향성과 비대해지고 있는 자위대와 오버랩 되면서 자꾸 불길한 미래를 떠올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적으로는 세계 톱10에 진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 전방위적으로 일고 있는 한류문화는 우리에게 전례 없는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는 있지만, 19세기의 하드웨어적인 면에서 보면 우리의 존립과 안녕을 자주적으로 보장할 정도의 ‘강한 국가’를 이루었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다. 1983년 구소련에 의한 KAL기 격추사건 당시 일본의 한 인도주의 지식인은 우리에게 ‘우선 나라가 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뼈아픈 충고를 하였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유럽에서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유럽인들의 희망에 전범국가인 독일은 철저히 반성하고 헌신하여 유럽연합이라는 결실을 가져왔지만, 지금 일본이라는 국가가 가고 있는 길은 분명 독일의 그것과는 다른 것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를 19세기로 끌어들이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뜻있는 일본인들은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동북아 평화를 창출하는 주도적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그러한 역사적 자격이 있고 이제는 능력도 있다. 필요한 것은 우리의 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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