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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서울 한복판에서 ‘진짜’ 한국을 만나다
문광호 기자  |  rhkdgh9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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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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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스트하우스 주인 배형찬 씨가 맑게 갠 하늘을 보며 웃고 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8월의 끝 무렵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유진이네집’을 찾았다. 유진이네집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업소로 한옥으로 지어졌다. 전날 비가 온 터라 더 맑고 정갈하게 보이는 한옥의 기품을 느끼며 마당으로 들어서자 수수한 옷차림의 배형찬(48)씨가 웃으며 맞이한다. 2010년부터 3년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온 그는 한옥이 주는 매력에 빠져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이유는 한옥이 좋았기 때문이죠. 중국에서 직장을 다녔었는데 중국에 가기 전에도 한옥에 살았어요. 그러다가 딸의 교육문제도 있고 한국에 돌아갈 시기가 됐다고 생각해 한국으로 왔어요. 한국에 와서도 아내가 한옥을 좋아해 계속 살기로 했지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뭘 하며 살지 고민이더군요. 아내와 함께 계속 고민하던 중 마침 한옥체험업협회라는 단체가 생겼어요. 한옥체험업협회는 정부에서 한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사업자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에요. 한옥에 살고 있기도 했고 아내나 저나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옥 숙박업을 해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한옥체험업협회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숙박업소와 달리 한옥만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인들이 저희 게스트하우스에 오셔서 시골에 있는 할머니네 집에 온 것 같다고 말씀해주세요. 시골집을 연상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한옥이 다른 숙박시설보다 더 한국적이라는 뜻이겠죠. 외국에 나가면 일본의 료칸처럼 그 나라 고유의 숙박시설이 가지는 특별함이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한옥이 한국 고유의 숙박시설이라는 점을 상당한 매력으로 느낄 거예요.

한옥의 주거형태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외국인들의 경우 주거습관이 달라 불편한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분들은 한국문화를 체험하러 오는 분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요. 오히려 요를 깔고 자고 뜨끈한 온돌에 몸을 데우며 한국 문화를 즐기려고 해요. 저도 저희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하신 분들에게 계시는 동안 편안히 있다 가실 수 있도록 친절하게 대하죠.

   
▲ 배형찬 씨가 손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서울을 찾은 손님들과의 추억
‘따르릉’ 인터뷰 도중 난데없이 전화벨 소리가 울려온다. 잠시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은 배형찬 씨는 누군가와 한참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찬찬히 한옥을 둘러보니 도심 한가운데 ‘ㅁ’자로 마당을 감싸 안은 한옥의 구조가 마치 설원 위에 홀로 핀 한 송이 꽃처럼 고고하다. 시끄러운 도시에서 한 발짝 벗어나니 마루 밑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조차 가깝게 들려온다. 배형찬 씨가 전화를 마치고 돌아왔다. 한옥을 구경하러 온 외국인 건축학과 교수와 제자들을 안내해 줄 수 있느냐는 구청 직원의 부탁이 있었단다. 배형찬 씨가 한옥에 대해 잘 아는데다 종로구 골목길 해설사로 활동 중인 터라 연락이 온 것이다. 그는 종로구의 역사가 곧 서울의 역사라며 그의 일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외국인을 많이 상대하실 것 같은데 외국인이 좋아할만한 관광지를 추천해주세요.
서울의 관광지로는 북촌, 서울성곽, 남산타워 그리고 궁들을 추천해요. 또 한국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용산 박물관도 빼놓지 않고 소개를 하죠. 그런데 이것도 손님들의 국적에 따라 달라요. 미국이나 유럽에서 오시는 분들에게는 앞서 말한 장소들 같이 한국적인 멋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해요. 반면 중국이나 일본에서 오시는 분들은 주로 드라마에 나온 장소를 찾거나 K-POP 스타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죠.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한지 이제 3년이 지났을 뿐인데도 두 번 이상 방문하신 분들이 있어요. 아무래도 이런 분들이 기억에 남죠. 한번은 영국 청년이 태권도를 배우러 한국에 온 적이 있어요. 4~5일 쯤 여기서 지내다가 떠나는 날이 왔는데 아이슬랜드 화산 폭발로 하늘길이 막혀버렸죠. 결국 그 친구는 그날 영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나흘 더 머무르다 갔어요. 그때 더 머물게 된 것이 인연이 돼 가끔 연락도 하고 지냈는데 작년에는 다시 저희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했어요.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지는 인상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걱정을 해요. 북한 때문에 시끄럽지 않느냐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죠. 그럼 제가 ‘한국 사람은 별로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해줘요. 한국의 좋은 점도 많이 이야기 해줘요. 특히 밤늦게까지 돌아다녀도 안전하다는 점을 많이 이야기해요.


서울시민으로서, 한국인으로서
외국인들에게 서울을 홍보하시는 일도 하시는데, 개인적으로 서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고향은 부산이에요.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서울에 올라왔어요. 서울이 대도시이기는 하지만 부산도 큰 도시였기 때문에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충격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렸을 때 봤던 시커먼 빌딩이 잊히지 않아요. 작은 불빛만 반짝반짝 거리는 빌딩을 보고 서울이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경험하셨을 텐데 서울사람들의 이미지는 어떤가요?
어느 곳이든 도시 사람들이 바쁘게 사는 것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다만 서울깍쟁이라는 말이 있는데 서울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있다는 생각은 들었죠. 어떻게 보면 도시 사람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인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실 계획인가요?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지만 한국을 알리는 것이라 보람되고 즐거워요.

글·사진_ 문광호 기자  |  rhkdgh9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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