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의 중노동 아르바이트 시급은 약 7000원

지난달 31일 아침, 시곗바늘이 8시를 넘어가자 사무실로 건장한 청년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청년들과 함께 탈의실로 들어가 오늘 입고 작업할 유니폼을 받았다. 남색 상하의에서는 퀴퀴한 땀 냄새가 물씬 풍겨 올라왔다. 찝찝함을 애써 짓누르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다시 사무실로 나와 의자에 앉자 짧은 교육이 시작됐다. 책임자인 A씨는 “오늘은 말일인데다가 금요일이기 때문에 특히 바쁜 날”이라며 부지런히 움직여줄 것을 당부했다. 팀이 배정되고 가스총과 삼단봉을 지급받았다. 자동입출금기(이하 ATM)에 보충해야 하는 현금과 열쇠가 담긴 박스를 현금수송차에 실었다. 팀원은 현금수송차를 운전하는 기사 한 명과 각각의 ATM에 맞게 금액을 계수하고 보충하는 조장 한 명, 그리고 조장을 보조하고 경호하는 부조장으로 총 세 명이었다.

오늘 하루 현금을 보충해야 하는 ATM의 개수는 총 45개. 서울 남부부터 시작해 경기도 광명, 시흥, 군포시까지 돌아야 하는 바쁜 일정이었다. 가장 가까운 곳인 서울 양천구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조장에게 건네받은 현금수송용 가방과 바지를 쇠줄로 연결했다. 도로에 정차한 현금수송차에서 ATM까지는 도보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안전조치는 필수적이다. 한 번 최소 500만 원 이상 운반하므로 무게 또한 보통이 아니다.

오후 1시까지 쉬지 않고 작업을 했지만 고작 15여 곳 밖에 마무리하지 못했다. 현금을 ‘채워야 하는’ 하는 곳이 아직 30여 군데나 남았기 때문에 점심식사는 현금수송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ATM이 있던 편의점에서 늦은 아침으로 먹은 핫도그보다는 나은 식사였다.

원래 예정돼 있던 업무 종료시간인 6시 30분에 맞추기 위해 속도를 냈다.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나일론 재질의 유니폼이 땀에 흠뻑 젖었다. 저녁도 거른 채 작업을 서둘렀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시간은 9시 30분. 예정된 퇴근 시간보다 3시간이나 늦었다. 총기와 삼단봉, 유니폼을 다시 반납하고 이미 어두워진 퇴근길을 걸어갔다.

이틀 후인 지난 2일 저녁에는 폐업정리를 하는 의류매장을 찾았다. 약 120평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고별 빅 세일’이 한창이었다. 저녁 8시에 마지막 영업이 끝나면 진열대를 철거해 트럭에 싣는 것이 아르바이트생들의 주 업무였다. 행거와 진열대 대부분이 철제이거나 목제이기 때문에 무게가 상당했다.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작업은 계속됐다. 김밥 한 줄로 식사를 대신해가며 속도를 냈지만 모든 작업이 끝났을 무렵에는 이미 버스와 지하철 막차가 끊긴 뒤였다. 이점을 고려해 매장 측에서는 2시간에 해당하는 추가근무 수당을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더 지급했다.

이렇게 이틀 동안 18시간을 일해 번돈은 125,000원으로 시급으로 계산하면 7천원이 좀 안된다. 그러나 중노동에 해당하는 아르바이트로 두 직종 모두 여성 아르바이트생은 채용하지 않는다. 또한 현금수송과 철거 및 운반이라는 특성 상 부상의 위험 또한 크다.

김홍진 기자  |  bj293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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