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탐정업 관련 법 없어
관찰과 변장은 탐정이 갖춰야 할 필수 능력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셜록 홈스, 아르센 뤼팽 같은 소설이나 명탐정 코난, 소년탐정 김전일 같은 만화를 읽으며 탐정을 동경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가공할 만한 추리 실력과 대담함을 보면 이 세상에 해결되지 않을 사건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 속에는 범인을 찾지 못해 미제로 남겨진 사건이 많이 있다.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소설이나 만화 속 세상과는 다른 법. 탐정은 영웅이 아니며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가 아니다. 현실의 탐정은 환상과는 다른 탐정의 모습을 가졌다.

 

▲ 영화로 재탄생한 셜록홈스


탐정, 진실 혹은 거짓

영화나 소설 속에는 수많은 탐정들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탐정은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 속에 나오는 ‘셜록 홈스’일 것이다. 셜록 홈스(이하 홈스)는 세계 최초의 민간자문탐정이다. 그는 10년간 500여 건의 사건을 처리했으며, 이 중 실패한 사건은 4건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결과의 바탕엔 홈스의 뛰어난 관찰력이 있다. 그는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는 관찰력으로 자신에게 수사를 의뢰하러 온 사람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의 기분, 직업, 처한 상태 등을 짐작한다. 또 다른 홈스의 능력은 변장실력이다. 그는 변장을 하고 사건 현장에 잠입해 여러 단서를 얻는다. 홈스는 탐정 일 외에도 화학적 실험과 외국어, 악기연주 등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인다. 홈스는 이런 능력들을 발휘해 경찰이 포기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며, 범인과 각개전투를 벌여 범인을 체포하기도 한다.

이런 홈스의 모습은 홈스 이후로 나온 추리소설 속 탐정들의 모습에 큰 영향을 끼쳤다.
많은 사람들이 탐정이라 하면 홈스의 모습을 자연스레 떠올리고, 탐정은 홈스처럼 생활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허구일 뿐이다. 실제로는 긴급한 상황이 아닌 한 탐정이 직접 범인을 체포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탐정이 법원의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는 이상 체포 즉시 혐의자의 신병을 관할기관에 인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탐정이 혐의자를 체포하면서 혐의자에게 신체 및 재산 피해를 입혔을 경우 상황에 따라 보상 및 변상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또 다른 이유이다. 또 정당한 체포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형사 기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탐정의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거액의 책임보험을 가입해야 하며 면허 시험을 볼 때 법률 관련 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탐정업이 합법화돼있는 미국, 영국, 일본 등과 달리 탐정제도 자체가 불법이다.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흥신소와 심부름센터가 탐정업과 비슷한 일을 하지만 범위가 제한적이고 불법행위로 자주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으며, 활동하는 모습도 실제 탐정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탐정은 환상 속 인물이 아닌 실제 인물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실 그리고 환상 속 탐정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기본적인 능력들이 있다. 관찰력과 가장 및 변장 능력은 모든 탐정이 익혀야 할 필수적인 능력이다.

▲ 홈스의 라이벌인 아르센 뤼팽의 모습

탐정의 기본 능력 ① 관찰
탐정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관찰력이다. 범인 및 증인을 맞닥뜨리거나 시체를 발견했을 때 정확하고 빠른 관찰이 이뤄져야 한다. 먼저 범인과 증인을 만났을 때는 그들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이들의 증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행동을 관찰하면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듀크스는 인간의 행동에서 거짓을 알아채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설명을 하기 위한 동작이나 손놀림이 없으며, 있어도 매우 어색하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이 손을 통해 드러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손을 움켜쥐거나 호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입을 제외한 여기저기를 계속 만진다. 입에서 진실이 나오는 것을 억제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입에 관심이 모이지 않게 하려는 심리적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몸 전체의 움직임이 많아진다는 것 역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현재의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이 외에도 상대가 하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말을 많이 한다거나, 응답에 유연성이 없거나, 웃음이 줄고 고개를 많이 끄덕인다면 거짓말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탐정의 관찰력이 필요한 또 다른 상황은 시체와 마주했을 때다. 시체를 발견했을 때는 먼저 관찰을 통해 초기현상인지 후기현상인지 알아내야 한다. 사망한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시체들은 초기현상인 체온 냉각현상이 나타나며, 피부가 건조해지고 각막이 혼탁해진다. 자주색으로 나타나는 시반(시체얼룩) 역시 하나의 증상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시체가 경직되는 사후강직 현상이 나타난다. 사망한 지 하루 이상이 경과되면 나타나는 후기현상인 부패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시체의 어떤 부위든 파랗게 변하기 시작했다면 이는 사망한 지 24시간 이상이 경과했다고 추정된다. 정형적 부패 외에 비정형적 부패 또한 존재한다. 고온, 건조 지대에서 나타나는 미이라화, 수중 또는 수분이 많은 지중에서 나타나는 시체 밀랍화, 오랜시간 부패가 진행되어 뼈만 남게되는 백골화 등이 있다.

▲ 사냥모자와 파이프로 대변되는 홈스

탐정의 기본 능력 ② 가장과 변장
탐정이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방법에는 가장과 변장 두 가지가 있다. 가장은 주위 환경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정상적이며 합법적인 직업을 가진 것처럼 꾸미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가장을 통해 탐정은 정보수집 임무를 수행하며 단서를 포착한다. 가장은 장기간 동안 자신을 은폐해 가장 시나리오에 따라 행동하는 장기가장을 전제로 한다. 장기가장 중에 다른 사정으로 잠시 타 직업으로 변장하는 것을 단기가장이라고 한다.

변장은 개인의 특징을 상황에 맞게 변형시키는 것이다. 변장이라고 해서 특수하고 이상한 물건들이 쓰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변장에서 필요한 물품은 모자, 안경, 겉옷(상의) 이 세 가지뿐이다. 이 변장 도구들을 조합해 자신의 얼굴을 본래의 인상과는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가발이 왜 필수 도구가 아니냐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여성 탐정의 경우 가발을 쓰기도 하지만, 남성 탐정의 경우 가발 및 가짜수염은 어색함을 풍기고 상대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변장시 옷 색깔에 신경써야 한다. 검정색 옷은 피해야 하는데, 검정색은 밝을 때 눈에 가장 잘 띄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의 색과 비슷한 회색 계열이 가장 눈에 띄지 않는다.

외모가 변했다고 해서 변장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일본탐정협회 창립자의 말 중 ‘마음까지 변장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로 완벽히 변하려면 마음부터 변장해야 한다는 소리다. 또 누군가가 의심을 해도 아무렇지 않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과 기술 연마가 필요하다.

정수환 수습기자  |  iialal91@uos.ac.kr
사진_ 이야기(sudakin)님의 블로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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