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이고 도덕성이 강하다는 건 그자들의 강점이자 약점이지.
그 아킬레스건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거야. 신태하 말을 들으니까
그 친구가 술을 아주 좋아한다고 하더군. 그건 공격이 아주 용이한 큰 허점이지.
옛날부터 지금까지 술에 꼭 따르는 건 안주 말고 또 하나가 있잖아.
여자, 그래서 주·색이 한 단어 아닌가.
여자를 끼고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시게 하면 일은 끝장나지...
-조정래의 『허수아비춤』중에서

얼마 전 포털사이트에 ‘안철수 룸살롱’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적이 있다. 어떤 언론은 안철수의 도덕성을 문제 삼고 그를 깎아내리기에 분주했고 또 어떤 언론은 사실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신중을 기했다. 안철수가 정말 룸살롱을 간 것인지 아니면 안철수를 음해하는 누군가가 거짓 소문을 퍼뜨린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일련의 사태를 겪고 소설의 문장을 곱씹으니, 조정래 작가의 통찰이 놀랍기도 하고 새삼 존경심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작가의 혜안이나 통찰에 있지 않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소설이 말하고 있는 우리 현실의 모습이다.
우리는 각종 언론을 통해 특정 인물에 대한 스캔들을 접한다. 하지만 그런 스캔들을 보도하는 언론은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 채 익명의 관계자, 익명의 측근의 말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덕성이나 양심은 인물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는 수치화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닌 만큼 인물의 자질을 평가하는 최소한의 자격처럼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아무리 근거 없는 소문이라 하더라도 스캔들에 연루된 당사자들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된다. 더군다나 언론이 이를 보도한다면 그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다.

SNS부터 인터넷 카페, 블로그까지 매체가 범람하는 시대다. 범람하는 미디어 속에서 기성 언론이 그 지위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 덕분일 것이다. 각종 음모와 풍문의 홍수 속에서 독자들은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원한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문광호 기자  |  rhkdgh9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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