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진 기자
어느덧 무더웠던 여름은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옷장을 열 때 긴소매의 옷을 만지작거리게 되는 그런 날씨다. 가을이 되면 유독 바빠지는 곳이 있다. 바로 고등학교다. 9월은 수시전형 접수일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달이다. 어느 학교의 원서접수일이 되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는 원서접수 사이트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나 역시 2년 전 이맘때 수시원서를 쓰기 위해 바쁘게 서류를 준비하고 원서를 썼다. 대여섯 군데의 학교에 지원을 했지만 학과는 모두 국어국문학과였다.

나는 중학생 때 일찌감치 지망학과를 정했다. 어렸을 적부터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이 좋아 국어국문학과 진학을 희망했다. 그 후 예술고 문예창작과에서 고교시절을 보내고 목표했던 대로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해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과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 나와는 다른 잣대를 갖고 있었다. 바로 수능점수와 취업이었다. 좀 더 나은 대학 간판을 갖기 위해 비교적 입학점수가 낮은 학과에 지원하는가 하면 취업을 고려해 실용학문을 택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세태 속에서 국어국문학과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문학 관련 학과는 찬밥 신세였다. 수험생들은 인문학을 ‘하향지원’의 대상으로 삼았고 입학한 학생들 몇몇조차도 실용학문과 관련된 학과로의 전과를 희망했다. 인문학이 전공이면 복수전공을 해야 한다는 선배들의 권유도 당연한 듯 이어졌다. 인문학의 학과들은 입학 정원수도 다른 실용학문 학과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 사회도, 수험생도, 학교도, 심지어는 해당 학과의 학생들조차 인문학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학문에 대한 외면은 비단 인문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부턴가 ‘밥벌이에 있어 적합한 학문이 무엇인가’라는 잣대가 학과를 선택하는 제1의 기준이 됐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학문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의 존재 이유는 어디까지나 ‘배움’ 그 자체에 있다. 진정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학문이 무엇인지, 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이미 대학에 다니고 있는 우리 모두가 절실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김홍진 기자  |  bj293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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