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원 등록금에 1,000만 원 악기까지
설상가상인 예술계열 대학생들


작년 여름 서울예술대는 예술계열 학생(이하 예대생)들의 꿈과 사랑을 주제로 한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의 촬영 장소로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넓은 연습실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실력을 연마하는 것에 주력할 뿐 별다른 고충이 없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예대생들의 모습 또한 기타를 메고 여유롭게 캠퍼스를 누비거나 깨끗하고 조용한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예대생들의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실제 예대생들은 고액의 등록금과 재료비, 악기 값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졸업 후 진로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묻지 않는 것이 그들에 대한 배려로 간주될 정도다. 

 

예술대, 등록금은 높지만 교육환경은 부실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예체능계열의 연간등록금’에 따르면 서울 소재 사립예술대학의 대부분이 연간 1,000만 원 이상의 등록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사회계열의 연간등록금이 600~700만 원대, 자연과학계열이 800만 원대인 것과 비교해 보면 예술계열 학생들은 다른 단과대 학생들보다 적게는 200만 원, 많게는 400만 원 가까이 등록금을 더 지불하고 있다. 한편, 우리대학 예체대의 등록금은 연간 200~300만 원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단국대 시각디자인과의 한 학기 등록금이 470만 원, 홍익대 서양화과가 500만원, 추계예술대 미술학부가 500만 원, 이화여대 서양화과는 500만 원 이상이다. 음악단과대학도 미술단과대학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성신여대 실용음악과의 등록금이 509만 원, 한양대 국악과가 520만 원, 이화여대 관현악부가 530만 원, 성신여대 관현악부가 650만 원 등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예술대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비싼 등록금에 비해 교육 여건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는 방혜원(홍익대 2)씨는 “작업실에 컴퓨터가 부족해 개인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으면 작업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홍지원(이화여대 3)씨도 “연습실에 방음이 안 돼 불편하다. 연습실 수도 적어 연습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양화를 전공하는 이진(홍익대 3)씨는 “고액의 등록금을 내는 것에 비해 학교에서 배우는 게 많지 않은 것 같다. 기대만큼의 교육과정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과도한 부대비용 부담돼
고액 등록금뿐만 아니라 재료와 악기 구입비, 레슨비도 만만치 않다. 미술대 학생의 경우 재료비가 대표적이다.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는 15만 원을 넘고 물감과 붓 등 기타 도구를 사면 30만 원은 기본이다. 요즘에는 동양화과나 서양화과 같은 그림을 그리는 학과에서도 설치미술 같은 입체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에 필요한 재료까지 더하면 한 번에 50만 원 이상 지불하게 된다.

음악대 학생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홍지원 씨는 1,000만 원 가까이 하는 바이올린으로 연습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악기 가격으로 1,000만 원이 아주 높은 가격은 아니다. 이보다 더 비싼 가격의 악기를 가지고 있는 동기들도 많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주기적으로 활을 갈아줘야 하고 여기에 악보까지 사면 40만 원 가까이 더 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악과 학생들은 정기연주회가 있는 경우 한복을 빌리는 데 20~30만 원이 필요하며 시각디자인과 학생의 경우 사진수업 한 번에 필름 값으로 만 원이 든다.

개인 레슨이나 전공관련 학원에 드는 과외비용도 상당했다. 학교 수업이 충분하지 않아 대학을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레슨을 받는 학생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렉기타 학원, 해금 학원, 조소 학원은 각각 50만 원, 40~100만 원, 100~200만 원이다. 바이올린 레슨비용은 시간 당 12~15만 원이다. 대학생의 입장에서는 무척 부담되는 금액이다.              


졸업은 해도 취업은 불투명해
예술이라는 전공 특성상 일반 대학에 비해 취업률이 낮지만 교과부에서 취업률을 기준으로 예술대학 여러 곳을 부실대학으로 선정해 학생들의 반발이 일었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예술대 학생이 전공 분야에 종사하는 직업을 갖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전공 관련 일을 한다 해도 유명해지는 사람은 소수고 돈벌이도 힘들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4학년 학생들은 전공 관련 직업을 가지기 어려워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해외로 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조소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A씨는 “일자리가 마땅하지 않아 전공과 관련 없는 사무 회사에 들어간 선배를 여러명 봤다”며 어려운 취업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추계예술대 총학생회장 송준호(추계예대 3) 씨는 “신인 예술가들에게 기회의 장이 마련돼 있지 않아 대학을 졸업하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젊은 예술가들이 많은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글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그림_ 김다솜 kki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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