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상상력으로 자기 안에 잠든 천재를 깨워보자

▲ 서지영(교양교육부 ‘연극의 이해’ 담당 교수)
입시의 계절이 돌아왔다. 어느 새 학교 홈페이지에는 2013년 수시 1단계 합격자 공지가 올라와 있다. 또 한 달 후면 수능시험이다. 여러분이 모두 통과한 관문이다. 하지만 입시의 큰 산을 넘고도 쉬어 갈 여유는 없는 것 같다.

입시는 끝나지 않았다. 취직을 위한 입시가 또 학생들을 짓누른다. 학생들은 폭넓게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것을 경험하기 보다는 점수화되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상대평가로 매겨지는 학점의 서열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애쓴다. 이 가을, 4학년 학생들은 취업의 관문을 넘기 위해 또 한 번 분투하고 있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무척이나 분주해 보인다. 동아리 활동도 해야 하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각종 시험 준비에, 학점도 잘 받아야 하니……. 젊어 한철은 날 밤을 새우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 살아보라고 학생들에게 말하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핵심이 없이 잡다한 분주함 속에서 갈피를 못 잡는 학생들은 점점 사고를 단순화시켜간다. 쉽게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호하고 발표 수업이나 모둠과제를 부담스러워 한다. 학교 밖 수업이나 활동은 번거롭게 생각한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다. 1학년 때만이라도 실컷 놀게 해 주면 어떨까. 잘 노는 순서대로 학점을 주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아직은 농담처럼 흘리는 이상일 뿐이다.

시립대생들의 상당수는 학점의 고수들이다. 학점의 고수들에겐 비결이 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시험에 나올만한 것을 열심히 받아 적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잡담이라도 하면 곤혹스럽다. 대학 강의를 들으면서 수업과 잡담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에는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이곤 한다. 이 내용도 받아 적고 암기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강의내용을 받아 적고 암기하기는 데 그치지 말고 스스로 할 일들,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해 보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간 길만 따라가지 말고 때론 발칙한 상상력으로 자신 안에 가라 앉아 있는 침전물들을 건드려 보자. 자기 안에 잠자고 있는 천재를 깨우는 거다.

시립대는 2012학년도 등록금 반값혁명에 이어 2014년도 입시부터는 사교육을 유발하는 교외 스펙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발표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가 이렇듯 신선한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는데 반해 학생들은 아직 제자리다.

물론 학생들만 탓할 수는 없다. 대학입시를 치르며 서열 경쟁의 대열에 합류했듯 좋은 취직자리를 찾기 위한 대열에 또 다시 합류해야 하는 게 그들 앞에 놓인 현실이다.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 취직을 위해 이제는 학점의 고수가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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