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비트스눕 소환장’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해당 사진은 경찰의 출석 요구서를 캡처한 것으로 발신인은 경북 구미경찰서였다. 해당 출석 요구서에는 출석의 사유를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포로 규정하고 있으며, 유명 P2P 검색 사이트인 ‘비트스눕(bitsnoop.com)’을 유포 과정에서 이용된 매체로 지목하고 있다. 문제가 된 ‘비트스눕’은 누리꾼들이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로 널리 알려져 있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점차 논란이 확산되면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처벌 근거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해당 사진과 함께 아청법 위반과 관련된 처벌에 대한 소문들이 삽시간에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지며 많은 누리꾼들이 “나도 비트스눕을 이용해 음란물을 받은 적이 있는데 구속되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 여고생이 등장하는 ‘19금’ 애니메이션은 아동·청소년음란물일까?

처벌 기준의 모호성으로 논란 가중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아청법은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법률로 한 차례의 전부개정을 거쳤다. 이후 지난해 9월 15일 개정된 지금의 아청법이 공포됐으며 지난 9월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수정된 법안 중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조항인 아청법 제2조 제5호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적 행위를 하는 매체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아청법이 규정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한 기준의 모호성이다. 한 누리꾼은 “중년의 여성이 교복을 입고 있어도 위반인가?”라며 구체적이지 못한 처벌 기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처벌 기준의 모호성으로 인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아청법 처벌 대상 애니메이션 목록’ 등이 제작돼 유포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달 15일 ‘아동·청소년음란물 단속기준’을 발표했다. 경찰은 “전반적인 내용과 상황을 종합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보지 않는다”고 기준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교복차림의 성인배우가 출연한다고 모두 아동·청소년 음란물로 간주하고 단속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준의 모호성에 대한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성범죄자로 낙인 찍혀 죽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

경찰의 해명과 단속기준 제시에도 불구하고 아청법 처벌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한 컴퓨터 보안 업체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A(30)씨는 개정된 아청법이 시행되기 3년 전에 업로드한 애니메이션이 아청법 위반으로 단속돼 조사 중에 있다. 지난 22일 경찰서에서 조서를 작성했다고 밝힌 A씨는 “아청법 위반으로 성범죄자로 낙인찍혀 지금의 직장을 잃을까 너무 두렵다. 그렇게 된다면 자살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며 심정을 털어놓았다. A씨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 같다”며 수사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청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은 B씨는 다운로드를 받으면 자동으로 해당파일이 업로드가 되는 시스템 때문에 단속대상에 올랐다. B씨는 “다운로드를 받은 것일 뿐, 해당파일이 자동으로 업로드가 돼 내가 유포자가 될 줄을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B씨는 “정부는 아청법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지 생각해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찬가지로 아청법 위반으로 단속된 C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데 벌금형을 받게 되면 응시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내 인생은 끝이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경찰은 유포자는 당연히 처벌대상이며 단순 다운로더의 경우라도 소지하고 있을 경우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민희 의원의 구제활동, 충분할까?

이처럼 아청법으로 인해 단순 다운로더임에도 불구하고 처벌대상이 된 사람들을 위해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이 나섰다. 최민희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성범죄는 막아야하지만 인권침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들 구제에 나섰다. 최민희 의원은 지난달 11일 경찰 측에 “무리한 단속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제출했다. 또한 민주통합당 여성·아동 성범죄 근절 대책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자의 처벌에 대한 충분한 계도기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다운로드 시 자동으로 업로드가 되는 시스템으로 인한 불의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며 무고한 피해자 속출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했다.

한편 최민희 의원은 오는 12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방향 토론회를 주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아청법이 지닌 위헌의 여지 등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 점검하고 그 부분에 대한 개정이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글·사진_ 김홍진 기자 bj293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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