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김홍진 기자와 장국영 기자의 맞장토론!

 
장 : 최근 잇달아 발생한 흉악범죄들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어. 특히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설정이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이라 더욱 그랬지. 영화에서 ‘이두석’은 자신이 15년 전 발생한 ‘연곡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라고 주장하며 자서전을 출간하지. 이두석은 잘생긴 외모로 일약 스타가 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호의호식하게 돼. 연곡연쇄살인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현직 형사 ‘최형구’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현실에 무력함과 분노를 느끼지. 나 역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합당한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없다는 상황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어.

김 : 나도 영화 자체는 정말 흥미롭게 봤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픽션이야.  일단 영화의 설정부터가 매우 작위적이야. 연쇄살인범이 공소시효가 지난 후에 책을 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이 설정, 어디까지나 ‘있을 법한 이야기’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의 살인사건 검거율은 97. 4%야. 즉 나머지 2.6%가량은 아직 미결로 남은 상태고, 과거부터 미결사건은 계속 축적돼 왔어. 대표적인 사례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이지. 하지만 미결사건의 범인들 중 그 누구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세상에 실체를 드러낸 사람은 없어.

장 : 중요한 건 영화의 설정이나 스토리 자체가 아니라 영화에서 공소시효라는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는 거야. 현재 살인죄에 대한 우리나라의 공소시효는 25년이야. 2007년에 기존 15년에서 10년을 늘려놓은 상황이지. 또 올해 6월 법무부는 고의로 사람을 살해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형사소송법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기도 했지. 이와 같은 추세는 공소시효가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행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거라고 볼 수 있어.

김 :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범죄사건의 절대적인 수치는 증가하지만 수사 인력은 그렇지 못하지. 또한 오랜 시간이 지나버리면 해당사건은 실제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워. 이미 수 년,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서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 또한 사건 관련자들의 기억도 점차 왜곡돼 갈 거야. 한정된 자원을 이용한 정책의 집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야. 미결 사건 하나를 10년 동안 붙잡고 있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꾸준히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을 해결하러 밖으로 나서는 것이 나을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답이 금방 나오는 문제지.

장 : 공소시효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이두석과 같은 사람이 나타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범죄자들은 영원히 자신의 죄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지. 이두석처럼 공소시효가 일종의 죗값의 면죄부처럼 악용되는 것을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거야. 즉, 영화에서 이런 설정을 다룬 것도 공소시효 폐지를 법적 장치로 이해하기보다는 상징성에 주목하자는 취지인 거지.

김홍진 기자 bj2935@uos.ac.kr
장국영 기자 ktkt111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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