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스페인에 가다①】   


‘입체주의’ 스타일의 시작, 피카소

과열된 전구와 말의 머리를 꼭짓점으로 하는 삼각형. 그리고 그 좌우에 황소와 두 팔을 벌린 여인, 창에 복부를 관통당한채 고통의 극한을 경험하고 있는 말. 절단된 병사의 얼굴과 팔, 그리고 서둘러 도피하는 사지의 여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그려진 내용이다. 이렇게 언뜻보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형상은 피카소가 창시한 입체주의만의 특징이다.

피카소의 독특한 스타일이 표현된 대표작은 <아비뇽의 처녀들>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미술사에서 입체주의의 출발선이 됐다. 입체주의는 그려진 대상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마치 입방체처럼 보인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 이 같은 입체주의는 현대 미술 운동 가운데 가장 과격한 혁명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입체주의는 회화의 권위와 가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되었고, 피카소 본인 역시 ‘충격을 줄 목적’으로 이런 시도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이 한참 벌어지던 1937년 4월 26일 나치가 게르니카를 폭격한 사건을 담았다.
피카소를 낳은 도시 말라가

피카소는 태어나서 열 살 때까지의 유소년기를 스페인의 남쪽지역인 안달루시아, 그 중에서도 항구도시 말라가에서 보냈다. 말라가 곳곳에는 화가 피카소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특히 말라가 구시가지의 중심인 ‘메르세드 광장’에 위치한 ‘피카소 생가’에는 피카소와 마찬가지로 화가였던 피카소의 부친 호세 루이스 블라스코의 유화와 피카소의 세례식 의상 및 사진들, 도자기 등이 전시돼 있다. 메르세드 광장은 유소년기 피카소의 놀이터였던 곳이다. 피카소가 이 광장의 비둘기를 그리워해서 딸에게 팔로마(비둘기)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일화도 있다.

피카소의 독특한 매력을 찾아 볼 수 있는 곳은 생가뿐만이 아니다. 생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피카소 미술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피카소의 손자인 베르나르도 루이스 피카소가 기증한 회화, 조각, 도자기 등의 미공개 작품을 포함해 약 200점의 작품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주요 작품은 <만티야를 걸친 올가>, <하얀모자를 쓴 파울로>, <카사헤마스의 죽음> 등이다. 이 작품들은 피카소의 독특한 미술관을 반영하고 있다.


 
가우디, 그에게 직선이란 없다

스페인에는 피카소와 분야는 다르지만 독특함을 즐겼던 예술가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세계적인 건축가로 유명한 안토니오 가우디 이 코르네트이다. 가우디는 1852년에 카탈루냐 지방(스페인의 북동부 지역)의 레누스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19세기 말에 바르셀로나에서는 부유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카탈루냐의 독자적인 문화를 창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때 독창적인 스타일을 확립한 가우디가 건축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가우디 건축물의 특징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곡선’이라고 할 수 있다.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 중에는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돼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괴테의 자연론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숨은 가우디 찾기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여행을 가본 사람이라면 ‘가우디 투어’를 해봤을 것이다. 가우디 투어란 바르셀로나 곳곳에 산재해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을 찾아다니며 관광하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시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구엘 공원의 중앙 광장에는 인체를 본떠 만든 타일로 장식된 유명한 벤치가 있다. 인체를 본떴기 때문에 이곳의 벤치는 보통의 벤치와는 다르게 곡선의 형태로 디자인 돼 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여러 건축물 중에서도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는 그것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으로 유명하다. 먼저 건축물의 이름을 살펴보면 카사는 ‘집’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이고 ‘밀라’와 ‘바트요’는 각각 사람의 이름이다. 가우디가 건축한 바트요의 집을 보고 샘이 난 친구 밀라가 가우디에게 자기에게도 집을 지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가우디가 건축한 만큼 이 건물들은 건물의 내부, 창문틀 하나 까지도 직선이 없다. 하지만 두 건축물은 건물의 테마가 대조적이다. 먼저 카사 바트요의 테마는 바다다. 외벽을 장식하는 색색의 유리 모자이크는 마치 바다에 햇빛이 반사되는 것처럼 반짝거린다. 곡선 모양의 건물 정면을 해면이라고 한다면 건물 내부는 해면의 아래인 해저와 해저동굴을 형상화하고 있다. 한편 카사 밀라의 테마는 산이라고 한다. 카사 밀라의 굴뚝은 산등성이에서 돌출한 봉우리들을 표현하고 있다.


글·사진_ 장국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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