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는‘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김홍진 기자(업무국장)
지난 11일 나의 SNS 계정으로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초중고 및 대학교에 휴교령을 내린다는 내용이었다. 메시지와 함께 링크된 주소로 접속하자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유명 연예인의 사진이 나타났다. 속된 말로 ‘낚인 것’이다. 이 허위 메시지로 인해 교육청이 나서서 해당 SNS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까지 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터무니 없는 SNS 장난의 소재거리가 될 정도로 대북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3차 핵실험에 이어 판문점 직통 전화 폐쇄,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위협 행위는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지만 대학가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신입생들은 대학생활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고 새학기를 맞이한 학생들은 각자의 목표를 좇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세대에게 북한이란 전혀 체감할 수 없는 존재다. 북한이라는 존재는 배워서 알고 있으나 경험할 수는 없다.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교과서로만 배웠을 뿐이다. 또한 우리세대는 반공교육이 희석된 90년대 중반부터 초등교과과정을 이수한 세대로 북한에 대한 체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매년 대형 군사훈련 때면 반복되는 북한의 위협행위가 이제는 싫증이 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고등학생 시절, 어느 모임에서 내 나이 또래의 새터민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가 자신을 새터민이라고 소개하자 자리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신기한 듯이 그를 쳐다봤다. 북한에서 온 사람은 그 어느 외국인보다도 낯선 존재가 된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라는 존재는 우리 세대로부터 점차 유리되고 있다. 이는 그 어떤 반공교육보다도 무섭다. 존재감의 희석은 북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 또한 박탈한다. 북한의 정체성과 대북문제에 있어 우리나라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들은 이 시대의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진중하게 고민해 봐야하는 문제다. 만약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현재의 우리 세대가 기성세대로 굳어질 즈음이면 민족화합의 길은 영원히 불가능해지는 단계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대북문제는 과연 우리의 삶에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일까?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그들을 동정할 이유는 없다. 한반도의 평화를 깨뜨리려는 북한의 행위는 지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그들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과제를 위해 전공서적을 들춰보는 것도 좋지만 요즘처럼 대북문제로 시끄러울 때만이라도 신문을 펼쳐보고 뉴스를 틀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와 북한 사이에 한가득 쌓여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 귀중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김홍진 기자(업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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