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정(馬政)을 보여주는 ‘사복시 살곶이 목장지도’
근현대 생활사 박물관으로서 다양한 전시회 개최


정문을 지나 21세기관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붉은 벽돌로 된 고풍스러운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우리대학과 80여년의 역사를 함께 해온 박물관 건물이다. 교사(校舍)로 사용되던 이 건물은 1984년 9월 4일에 박물관으로 전환됐다. 당시 우리대학이 발전하면서 박물관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박물관은 현재 8,5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 유물들 중 하나는 서울특별시의 문화재로 지정됐을 정도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우리대학 박물관은 근현대사 분야를 주제로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대학 박물관에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유물은 무엇이며 우리대학 박물관은 어떠한 전시회를 개최했을까.


▲ 우리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 ‘사복시 살곶이 목장지도’
서울특별시가 인정한 ‘사복시 살곶이 목장지도’

우리대학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복시 살곶이 목장지도’는 박물관이 1990년대 후반 구입한 지도로 2010년 2월 11일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95호로 지정됐다. 문화재로 지정됐을 정도로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사복시 살곶이 목장지도는 ‘사복시’가 관장하던 ‘살곶이 목장’에 관련된 기록을 나타내는 지도다.

사복시는 말을 관리하는 조선시대의 관청이었다. 사복시는 말을 직접 사육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목장, 왕의 가마 등을 관장하기도 했다. 살곶이 목장은 사복시가 관장하고 있던 목장 중 하나로, 둘레가 34리(약 13km)에 이른다. 오늘날 행정구역으로 따지면 광진구 전체와 동대문구 및 성동구의 일부를 포함할 정도의 엄청난 면적이다.

사복시 살곶이 목장지도는 관청에서 18세기 말 즈음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실경산수화풍으로 그려졌다. 실경산수화는 우리나라의 자연경관과 명소를 소재로 그린 산수화로 주로 실용적 목적으로 제작된 그림이다. 사복시 살곶이 목장지도는 지대가 가장 높은 동쪽이 지도의 윗부분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버드나무를 심어 말이 달아나는 것을 막은 나무 목책이 그려진 오른쪽은 남쪽에 해당하며 지도의 왼쪽은 북쪽이 된다.

사복시 살곶이 목장 지도는 살곶이 목장 안쪽에 있는 마을과 산세, 하천과 목책 등을 상세히 보여준다. 중요 지점마다 주민의 거주 여부와 성의 길이가 기재됐으며 땅의 주인, 용도 등에 따라 백성의 전답과 마위전(馬位田) 등으로 세세하게 구분돼 있다. 조선시대의 관리들은 이를 통해 마정(馬政)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 역사학자들은 사복시 살곶이 목장지도의 역사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당대 서울 동부지역의 마정(馬政)과 목장에 관한 시책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정사(馬政史) 연구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현전하는 조선시대의 목장을 다룬 지도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아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조선시대의 목장지도를 소장하고 있는 곳은 우리대학 박물관 이외에는 국립중앙도서관, 부산박물관 밖에 없다. 김버들 학예연구사는 “다른 박물관에서 사복시 살곶이 목장지도의 가치를 알고 대여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선 근대와 만나다’ 전시회 포스터
탁월한 기획으로 주목 받았던 ‘조선, 근대와 만나다’

우리대학 박물관은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 사복시 살곶이 목장지도 외에도 주목할 만한 점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근현대 생활사 분야에 관한 전시회다.

우리대학 박물관은 근현대 생활사 전문 박물관으로 특화돼 있다. 근현대사 자료를 집중 수집해 유실되고 있는 근현대사 자료를 보존하고, 동시에 근현대사 분야 관련 전시회 등을 통해 이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대학 박물관에서는 ‘근현대 생활사 관련 전시에 주력한다’는 원칙에따라 ‘철도와 20세기 우리의 삶’ 등 근현대사 분야에 관련된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해왔다.

이 중 근현대사 분야에 있어 탁월한 전시기획으로 다른 박물관의 본이 된 전시회가 있다. 바로 2006년 열린 ‘조선, 근대와 만나다’라는 전시회다. 이 전시회는 우리대학 박물관의 계획을 잘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획기적인 근현대사 관련 전시기획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 전시회는 조선이 개항 이후 겪었던 격동의 시대를 담은 외국의 신문기사나 보도자료 등 다양한 유물들을 통해 개화기 당시 외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당시 전시된 유물들은 당대 조선의 이미지나 국제적 위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로 평가됐다.

이 전시회의 대표적인 전시물로는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 화보가 있다. 우키요에는 에도시대 일본 서민생활을 기조로 제작된 회화의 한 양식을 의미한다. 우키요에 화보는 사회풍속, 인간묘사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을 소재로 삼은 풍속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강화도 조약 이후 일본이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기 시작하면서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 등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사건을 다룬 우키요에 화보도 제작됐다. 우리대학 박물관이 소장한 우키요에 화보는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당시 일본의 시각을 상세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대학 박물관의 큐레이터인 권혁희 학예연구사는 “우리대학 박물관에서 ‘조선, 근대와 만나다’ 전시회를 개최한 후 유명한 박물관들이 이 전시회의 테마와 비슷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며 “우리대학 박물관이 근현대사와 관련된 연구에 있어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보수·보강 공사 후 지난 11일 다시 문을 연 박물관의 모습
다양한 전시회 계획 중

앞으로도 우리대학 박물관은 근현대 생활사 관련 전시에 주력할 전망이다. 현재 우리대학 박물관은 5월 말부터 ‘종전 60년 기념 6·25전쟁 이후 서울 사람들의 일상과 공간’(가제)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에 전시될 유물은 미국의 한 저널리스트가 찍은 슬라이드 사진들로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우리대학 박물관은 학생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현대사 관련 전시회도 구상 중에 있다. 권혁희 학예연구사는 “박물관 개축 등의 이유로 접근이 제한되면서 박물관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며 “올해 말 학생들이 찍은 답사 사진, 사진 동아리에서 청량리 주변의 사라져가는 풍경을 기록한 사진 등을 받아 사진전을 열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박물관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마위전(馬位田): 조선 시대에 역마(驛馬)를 기르는 데 필요한 경비로 쓸 곡식을 가꾸던 밭

글_ 김현우 기자 hiun917@uos.ac.kr
사진_ 우리대학 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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