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혁명, ‘DNA 메타 하이드로겔’과 ‘DNA 오리가미’
중증 질환 치료 등 의학계의 난제 해결에 단초를 제공해

 
1953년 생물학 및 의학 분야에 있어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것이다. DNA 이중나선구조의 발견 후 생물학자·의학자들은 실험대상을 해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욱 파고들어 미세한 분자가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기존 생물학보다 더욱 정교해진 분자생물학이 등장한 것이다.

DNA에 대한 연구가 한창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은 DNA를 단순한 유전적 정보전달자가 아닌 하나의 물리적 재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DNA를 하나의 물리적 재료로 활용해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DNA 나노기술’이라 부른다. DNA 나노기술의 대표적인 예로 ‘DNA 오리가미(origami)’를 들 수 있다. DNA 오리가미는 난치병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돼 의학계의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우리대학 화학공학과 이종범 교수(이하 이 교수)가 개발한 ‘DNA 메타 하이드로겔(hydrogel)’ 역시 최근 DNA 나노기술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미국의 저명잡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소개됐다. 지금부터 DNA 메타 하이드로겔과 DNA 오리가미 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기존 모양을 기억하는 ‘DNA 메타 하이드로겔’

과학계에 큰 주목을 받고 있는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DNA를 원료로 하는 하이드로겔을 의미한다. 하이드로(hydro)는 물과 관련 있음을 뜻하고 겔은 담는 용기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물질을 뜻한다. 종합해보면 하이드로겔은 물을 흡수하면 팽창하는 성질을 지닌 물질을 의미한다. 하이드로겔은 콘택트 렌즈의 원료 등으로 사용된다. 기존의 하이드로겔은 주로 고분자물질로 만들어졌지만 이교수는 DNA만을 원료로 하이드로겔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이교수가 개발한 물질에 ‘메타’라는 명칭은 왜 부여된 것일까. ‘메타머티리얼(metamaterial)’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혹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물질을 의미한다.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기존의 하이드로겔이 갖고 있는 성질과는 다른 특성을 보여 현재의 명칭으로 명명됐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이라 할 수 있는 DNA 메타 하이드로겔의 생성과정은 DNA를 링모양으로 만들면서 시작된다. 이교수는 DNA를 링모양으로 만든 다음 새로운 DNA 형성을 촉진하는 효소인 DNA 중합효소(폴리머라이제)를 넣었다. DNA 중합효소는 링모양의 DNA를 돌면서 새로운 DNA를 계속해서 복제한다. 이교수는 이 과정을 다람쥐가 쳇바퀴를 계속해서 도는 과정에 비유했다. 이렇게 계속 복제된 DNA 가닥들이 거미줄 같은 기다란 실을 이루고 이 DNA들이 실타래가 엉키듯이 연결돼 최종적으로 겔 형태를 이루게 된다. 이것이 바로 DNA 메타 하이드로겔이다.

이렇게 형성된 DNA 메타 하이드로겔이 가진 특징은 입력된 형상을 기억한다는 점이다.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물 속에 있을 때 고유의 입력된 형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물이 빠지면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그 모양이 없어지면서 액체처럼 흘러다니는 성질을 보인다. 예를 들어 삼각형이 고유한 모양으로 입력된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물 안에서는 그 모양을 유지한다. 하지만 물을 제거하면 액체처럼 변한다. 물을 다시 주입하면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다시 삼각형으로 돌아온다.

 
인공조직개발과 약물전달에 활용될 예정

이러한 특성을 지닌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앞으로 의료분야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우선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입력시킨 모양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조직을 만드는 데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사람들의 상처부위에 인공조직을 붙이는 경우다. 상처가 생기면 그 상처모양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그 상처에 적합한 인공조직을 만들기가 어렵다. 그런데 액체 상태와 같은 DNA 메타 하이드로겔을 인공조직을 이루는 세포와 섞은 다음 상처부위에 붓고 그 부위를 봉합하면 이 겔이 상처부위에 알맞은 인공조직을 형성하게 된다. 이교수는 이 과정을 시멘트가 액체 상태로 있다가 벽에 바르면 고체로 굳게 되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DNA는 생체 내의 물질이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는 특징이 있어 실밥을 푸는 등 기존의 치료에서 필요했던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치료를 단순화 할 수 있다.

액체 상태처럼 있다가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는 성질을 이용해 특정 조건 하에서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물질도 개발될 예정이다. 액체 같은 성질을 이용해 몸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다 특정한 상황을 만나면 미리 주입된 모양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교수는 “DNA 메타 하이드로겔의 의학적 효과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뇌졸중 등 중증질환치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DNA를 접어 고차원으로 전환하는 ‘DNA 오리가미’기술

한편 과학계에 큰 주목을 받고 있는 ‘DNA 오리가미’라는 DNA 나노기술도 있다. 현재 DNA 오리가미는 현대의학의 난치병인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DNA 오리가미는 2006년 <네이처>에 미국 켈리포니아 공대의 컴퓨터과학과 폴 로더문트 교수의 논문을 통해 처음으로 과학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리가미는 일본어로 종이접기를 뜻한다. 종이접기를 통해 2차원 상태에 있는 종이가 3차원의 모양으로 바뀌듯이 DNA 오리가미는 1차원인 DNA 가닥이 고차원의 형태로 전환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DNA 오리가미는 어떤 원리를 이용한 것일까. 로더문트 교수는 우선 주요 뼈대로 사용될 여러 개의 DNA 단일가닥들을 간격을 두고 배열했다. 그 후 DNA 단일가닥 사이에 DNA 단일가닥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스테이플 가닥을 넣었다. 스테이플 가닥은 배열해 놓은 DNA 단일가닥과 상보적인 염기서열을 지닌다. 이는 DNA 단일가닥이 염기서열이 상보적인 DNA 단일가닥을 만나면 서로 달라붙어 이중나선 구조를 이루는 특징을 이용한 것이다. 로더문트 교수는 이러한 DNA의 특성을 이용해 2차원의 나노 구조물을 만들었다. 또한 2009년 덴마크와 독일의 연구자들은 이 원리를 발전시켜 3차원 구조(속이 빈 육면체 모양)인 ‘나노로봇(nanoro bot)’을 개발하기도 했다.

DNA 오리가미의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결과물 중 하나인 나노로봇은 앞으로 의료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의학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 나노로봇은 항체를 3개 정도 실을 수 있으며 특정 표적을 만날 때만 열리도록 개발 중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나노로봇은 앞으로 암세포(항원)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체를 운반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염기서열: 유전자를 결정하는 염기들을 순서대로 붙여 놓은 것을 뜻한다.


글·사진_ 김현우 기자 hiun917@uos.ac.kr
그림_ 박승아 nulza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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