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 자치제도를 이야기 하다

학생들, 학생 자치제도에 대해 무관심해
학생회, 학생들과의 거리감 좁히기 위해 노력 중

최근 우리대학 학생 자치기구들 사이에서 회칙 개정 공청회, 무알콜 대동제 공청회 등 ‘공청회’가 유행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가장 많이 왔다는 무알콜 대동제 공청회에 참여한 인원 수조차 42명으로 전교생의 0.005%에 그쳤다. 이처럼 학생들의 참여가 미비해 공청회가 실질적인 효과를 낳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대학 학생들이 학생 자치제도에 참여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대학 학생과 학생 자치기구가 학생 자치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자.  -편집자 주-

 
지난달 26일 법학관 207호에 학생 5명이 모였다. 한 학생이 발언대로 나갔다. 그는 “이렇게 사람이 없을 줄은 몰랐는데……”라며 말을 시작했다. 이 자리는 바로 ‘제4대 정경대 학생회 보궐선거 공청회’였다. 정경대 학생에게는 자신을 대표할 사람의 자질을 평가하는 자리였고, 학생회 선본에게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공약을 피력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참석한 학생은 정경대학생회에 출마한 선본, 정경대 학생회 소속 2명, 서울시립대신문 기자였으며 일반 학생은 없었다.

“학생들이 학생 자치제도에 점점 무관심해지고 있어요. 4년 간 학생회 일을 하면서 매년 느껴온 사실입니다” 정경대 학생회 보궐선거에 회장 후보로 출마한 이승구(행정 10)씨의 말이다. 이번 공청회뿐만 아니라 매년 있는 전체학생총회(이하 학생총회) 등의 경우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보다는 단과대 학생회나 학부·과 학생회의 반강제적인 권유로 참여한 학생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의 무관심, 학생 자치제도의 의미 퇴색시켜

학생 자치기구는 학생들의 학생 자치제도 참여가 부족하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고우석(도시공학 07) 총학생회장은 “학생회비 납부율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참여도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4점 정도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이 학생 자치제도에 무관심한 것은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 총학생회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고 말했다.

도시과학대 이상윤(도시행정 07) 회장 역시 학생들의 낮은 학생 자치제도 참여도를 지적했다. “나는 2점, 많아야 3점 정도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돌아오는 건 학생들의 무관심일 때가 많다. 이럴 땐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차라리 사업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는 게 낫다. 그나마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학생 자치제도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이승구 회장 후보는 “학생회의 역사가 짧은 정경대의 경우 학생회칙조차 없지만 이 사실을 아는 학생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되는가? 수많은 공약 중 가장 인기 있는 공약은 인쇄사업이다. 학생들은 이득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학생 자치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국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무관심이 학생 자치제도 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정족수 미달로 학생총회가 성사되지 못한 것이다. 동국대학교 남보라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 줄 학생 자치제도에 꾸준히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학생 자치기구가 학생들과 괴리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학생들 “학생자치? 나와는 먼 얘기…”

학생들이 학생 자치제도에 무관심한 이유가 학생 자치기구에 거리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학생들은 학생 자치기구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 자치제도를 자신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손정림(통계 12)씨는 “내가 학생회 일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학생 자치제도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느껴진다. 학교생활에 불편한 점이 있어도 학생 자치기구에 해결해달라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생 자치기구의 존재는 알아도,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학생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학생 자치기구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최종혁(경영 09)씨는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인 경우 학생총회, 공청회 등의 행사에 참가하려면 3~4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 수업시간이 겹칠 때는 아예 참가하지도 못한다. 보다 쉽고 간편하게 학생회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민형(국제관계 12)씨는 “학생 개인이 학생 자치기구를 찾아 직접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어렵다. 학생들이 학생 자치기구와 대면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화하고 있는 학생 자치기구

지난달 19일 개최된 대의원회에서 100%의 출석률을 기록한 단과대학이 있다. 도시과학대가 그 주인공이다. 도시과학대 학생회 ‘활력공작소’는 매주 학생회와 각 과의 1학년 대표가 모여 회의를 한다. 또한 활력공작소는 페이스북에 계정을 개설해 온라인 소통의 창구도 열어두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도시과학대 학생회가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한 글은 25개이다. 거의 매일 글을 올린 셈이다.

이상윤 회장은 이번 도시과학대 학생회가 출범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으로 ‘학생 자치기구가 하는 일이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꼽았다. 그는 “시간이 흘러 학생들이 변하듯이 학생 자치기구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사업을 보고하거나 행사를 공지하는 모습에 머물러선 안된다. 학생들이 우리에게 거리감을 느낀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출범한 총학생회 ‘청춘Story’ 역시 ‘소통’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고우석 총학생회장은 “청춘Story는 우리대학 청춘들의 얘기를 듣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두 달에 한 번씩 ‘Out Office’ 부스를 설치해 학생들의 건의를 받을 예정이다. 총학생회 어플의 ‘학생회에게 바란다’ 코너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bc0201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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