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들어 일부 대학에서 학생들의 정당한 정치 활동의 위축을 야기할 우려스러운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 달 한양대와 전북대에서는 특정 정당 대표의 초청강연회가 학교 당국의 불허로 무산됐고, 최근에는 덕성여대 총학생회 주최의 한 강연회가 학교 측에 의해 원천봉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히 덕성여대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행사 주체가 총학생회였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을 내세워 강연회를 물리적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이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게 대학 당국들에 대한 지도, 감독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며칠 전 한 일간지의 조사 결과 덕성여대를 비롯한 적지 않은 대학들이 여전히 정치활동 금지 등 학생들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학칙을 운용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 대학은 학생들의 집회, 결사는 물론 언론, 출판까지 제한하고 있었으며, 총장에게 현장 징계권까지 부여한 대학도 있었다.

이런 대학들에게 묻고 싶다. 국가 기관마저 위헌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악법’을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학생들에게 강요하는가. 굳이 아리스토텔레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우리 인간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으며, 또 정치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부정할 수 없는 진리가 동아리에서부터 총학생회, 나아가 국가 안에서의 학생들의 공동활동을 정치적인 것으로 만든다. 물론 최근 몇몇 대학이 문제 삼은 학생들의 정치활동은 엄밀하게는 국가 정치활동이다. 그러나 국가조직이든 학생 자치조직이든 본질은 같다. 둘 다 소속 학생들의 삶을 규정하는 공동체라는 점이다. 따라서 학교 당국이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특정 이념에 따른 학생들의 정치활동이 아니라 공동체적 삶에 아예 무감각한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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