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스페인에 가다④

해외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교류 대학에서 배운 지식보다 그 나라의 색다른 문화체험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타문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라면 같은 또래의 외국 친구들은 무엇을 하며 노는지, 무엇이 유행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이 궁금할 것이다. 스페인 대학문화는 어떨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스페인에 있는 여러 대학을 다녀와 봤다.

▲ 살라망카 대학의 대표적인 건물들과 음악가이자 이 대학의 교수였던 Francisco de Salinas의 동상
경쟁에 부담이 적은 스페인 대학생

가장 먼저 ‘대학의 도시’라고 불리는 살라망카(Salamanca)를 찾았다. 1281년에 설립된 살라망카 대학(Universidad de Sala manca)은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명문대학이다. 살라망카 구시가지 내에 위치한 살라망카 대학에는 중세 수도승들이 공부했을 법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많았다. 살라망카에서 단기 어학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조연희(서울대 3)씨는 “세르반테스와 콜럼버스도 살라망카 대학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이곳 학생들은 자기 학교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죠”라고 말했다. 조연희 씨를 따라 스페인의 인재들이 모여 공부하고 있는 도서관을 가봤다.

시험기간이어서 그런지 도서관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사람이 많았다. 이곳 학생들은 도서관에 혼자 오기보다 주로 삼삼오오 무리지어 도서관을 찾았다. 그리고는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공부를 했다.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도서관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정적이고 삭막한 느낌의 우리대학 도서관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의 스페인 대학은 절대평가로 학점을 매긴다고 한다. 이러한 학사제도가 도서관 분위기를 생기 있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우리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루이스 씨는 “한국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엎드려 자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쪽잠을 자면서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는 한국 학생들이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반면에 스페인 사람들은 남과 경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면 많은 가게들이 *씨에스타를 즐기고자 문을 닫는다. 남보다 더 많이 벌기 위해 자신의 휴식까지도 포기하는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 솔 광장에서 청년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자기표현 하는 학생들

살라망카를 지나 우리대학과 교류를 맺은 대학들을 찾으러 나섰다. 먼저 마드리드(Madrid) 근교에 있는 마드리드 카를로스 3세 대학(Universidad Carlos III de Madrid)을 찾았다. 이곳은 경영학과 경제학 분야에 있어서 스페인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2011년도에 1년 동안 마드리드 카를로스 3세 대학에서 공부를 한 안소정(경영 08)씨는 “제가 스페인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가장 큰 문화 차이는 학생과 교수님과의 관계예요. 학생들이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강의에 건의사항이 있으면 바로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요. 그리고 수업 중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할 때 격식을 차리기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우리대학 학생들과 달리 스페인 학생들은 남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스페인 대학생들의 모습은 마드리드의 중심인 솔(Sol) 광장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주말에 찾은 솔 광장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마드리드 근교에 카지노 리조트인 유로베가스를 만드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였다.


▲ 살라망카 대학생들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보떼욘과 따빠스 투어

북적거리던 대도시 마드리드를 떠나 한적한 남쪽 지방으로 내려와 지중해의 항구 도시 말라가(Malaga)에 도착했다. 말라가 구시가지에 위치한 말라가 대학(Universidad de Malaga)은 자유롭고 여유로운 말라가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대학 주변 건물에 커다란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었고, 그 벽면에는 파티에 초대한다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1월 중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라가는 날씨가 매우 따뜻해서 어린 학생들이 말라가 대학 안의 공터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풋살을 하고 있었다. 공터 한 쪽에서는 네 명의 남학생들이 보떼욘(botellon)을 즐기고 있었다. 보떼욘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가리키는 스페인어다. 보떼욘을 즐기는 말라가 대학생들을 보니 한가롭게 노천에서 자장면을 먹던 우리대학 학생들이 떠올랐다.

여유롭고 따스했던 말라가를 뒤로하고, 그라나다 대학(Universidad de Granada)을 방문하러 그라나다(Granada)로 향했다. 그라나다는 이슬람 세력의 지배를 받았던 지역이라서 이슬람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그라나다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예은비(국제관계 08)씨를 만났다. 점심을 먹었냐는 질문에 그녀는 “아직 점심 먹을 때가 아니에요”라며 시계를 보여줬다. 시계 바늘은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에 다섯 끼를 먹어요. 밥을 먹다가 하루가 끝나는 것 같아요”라며 스페인의 독특한 식문화를 설명했다. 스페인 사람들의  식사는 하루에 5끼로 나뉘는데, 첫 끼는 출근 전에 마시는 차나 커피이고 출근 후에 츄러스와 같은 간단한 식사를 한다. 점심은 꼬미도(comido)라고 부르며 2시에서 4시 사이에 먹는다. 꼬미도가 다섯 끼 중에 가장 든든한 식사라고 할 수 있다. 7시쯤에 간식을 먹고 마지막 저녁식사는 밤 10시쯤 먹는다.

▲ 루이스 씨와 예은비 씨 (왼쪽부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3시가 됐다. 인터뷰에 응해준 루이스 씨, 예은비 씨와 함께 스페인 대학생들이 자주 즐긴다는 ‘따빠스 투어(Tapas Tour)’를 해봤다. 따빠스는 스페인의 전채요리를 가리키고 대표적인 따빠스는 샌드위치와 크로켓이다. 우리는 여러 바르(bar)들을 옮겨 다니면서 따빠스와 함께 맥주나 음료를 마셨다. 바르는 식당 겸 술집이다. 함께 따빠스 투어를 한 루이스씨는 “그라나다의 대부분 바르에서는 음료를 시키면 따빠스가 공짜여서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딱이에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따빠스 투어를 하며 3개 정도의 따빠스를 먹자 배가 불러왔다. 이렇게 스페인 문화를 즐기다보니 조급하고 팍팍하던 마음이 어느새 느긋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변해있었다.

*씨에스타(siesta) : 점심 먹은 뒤 잠깐 자는 낮잠


글·사진_ 장누리 기자 hellonoory@uos.ac.kr
사진_ 김홍진 기자 bj293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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