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좀 보고가. 4만 원 아니, 3만 원에 해 줄게” “오빠 잠깐 얘기 좀 하다 가. 오빠! 얘기만 하다 가 오빠!” ‘청량리 588’을 밤늦게 지나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청량리 588은 유명한 집창촌이며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항상 ‘팸프(호객꾼)’가 서 있다. 아직도 매춘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해가 진 뒤 청량리역 4·5번 출구로 나가보니 50대를 훌쩍 넘긴 여성들이 성매매 알선을 목적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았다. 목표는 주로 혼자 길을 돌아다니는 남성이다. 팸프들은 남성들이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면 소매를 붙잡고 따라오며 설득한다. 그들은 젊은 여성의 몸을 15분 혹은 30분 정도 즐기는 가격으로 4~5만 원 정도를 제시했다.

▲ 홍등가 입구에 청소년 통행을 금지하는 낡은 표지판이 서 있다. 이것은 오히려 정부가 불법 성매매를 묵인하는 방종이 아닐까.
호객 행위를 하던 A씨와 잠깐 이야기를 나눠봤다. A씨는 현재 청량리 588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줬다. A씨는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이 정말 많이 와. 지나가는 중·고등학생들이나 동네 주민들은 안 붙잡아”라고 말했다. 이런 일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A씨는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이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A씨는 “학생들은 이런 데 잘 안 오나봐. 착한 사람들이네”라고 말했다. 그녀는 왠지 자신이 하는 일에 떳떳하지 못한 것 같았다.

모퉁이를 돌아보니 반(半)나체의 젊은 여성들이 쇼윈도우 안에 마네킹처럼 전시돼 있었고 붉은 불빛들이 골목을 가득 비췄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정육점’과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홍등가의 대명사 ‘청량리 588’의 모습이다. 하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막상 골목길은 휑했다. 가끔씩 외국인들이 쇼윈도우 안을 기웃거리다가 금세 발걸음을 돌려버렸다. 그곳에서 포장마차 영업을 하고 있는 B씨는 “예전에는 손님들이 무지 많았어. 이 동네가 각 지방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동네잖아. 그런데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여기를 거의 찾지 않아”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서울시는 집창촌이 밀집돼 있는 청량리 588의 재정비 촉진계획을 세웠다. 예정대로라면 올해부터 공사가 진행돼 2017년경에는 60층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와 주상복합 건물 4개동이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철거 예정이라는 소리에도 청량리 588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듯 했다. 곧 철거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말에 B씨는 “그렇게 쉽게 철거가 될 리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A씨 역시 “철거하면 하는 거지. 나라에서 하는 일은 잘 몰라. 알아서 하라 그래”라며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경찰의 단속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았다. 경찰차가 지나다녔지만 마치 드라이브를 하는 듯 거리를 유유히 활보했다. 쇼윈도우의 여성들이 반나체로 서있었지만 아무도 경찰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A씨는 “경찰이 와도 제대로 보지 않고 가. 별로 상관없어”라고 말했다. 또한 청소년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로 귀가하는 중고생들이 태연히 거리를 통과했다. 철거 후 재개발이 됐을 때 청량리 588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글·사진_ 이철규 기자 279@uos.ac.kr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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