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응답자 중 82%, ‘표절과 인용 구분할 수 있다’ 착각
논문 표절 근절하기 위해서는 ‘자주적인 글쓰기’가 필요해

김혜수, 김미화, 김미경 등 최근 유명인들의 학위 논문 표절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중앙대는 8,000만 원을 들여 표절 여부, 표절 비율 등을 검사할 수 있는 ‘블랙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대학 역시 논문 표절 예방 프로그램 ‘Turnitin’을 시범 제공하고 있으며7월에는 정식 제공할 예정이다. 이처럼 대학들도 과제물 표절을 가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과연 우리대학은 표절 시비로부터 안전할까? 이번 호에서는 논문 표절에 대한 우리대학 학생들의 의식을 파악하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우리대학 학부생 25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편집자 주-

 
우리대학 학부생들 논문 표절 심각하게 생각해

현재 우리대학 학생들은 대학가에서 일어나는 논문 표절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논문 표절 문제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심각하다’는 답이 51%였으며 ‘매우 심각하다’는 의견도 10%를 차지했다. 황은성 연구처장은 “학생들이 논문 표절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경로는 대중매체다. 대중매체에서 유명인들의 논문 표절이 잇달아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욱 경계심을 느끼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10명 중 8명 꼴로 ‘표절과 인용 구분 할 수 있다’ 착각하고 있어

지난 2일 열린 우리대학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새누리당 방태원 당원협의회 위원장(이하 방 위원장)의 사회복지학과 박사 논문이 표절인 것을 밝혀냈다. 방 위원장은 논문에서 타인의 글을 한 페이지 가량 인용하면서 각주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 유명 연예인들의 논문 역시 타인의 글을 짜깁기한 것이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이처럼 대다수의 논문 표절은 남의 글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표절과 인용은 타인의 생각을 자신의 글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인용은 타인의 글임을 명시하는 것인 반면 표절은 출처 표시 없이 자신의 글인 것처럼 쓴다는 데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인용할 때 정확한 표기법을 알지 못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표절을 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우리대학 학부생들 역시 표절과 인용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표절과 인용을 구분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라는 대답이 70%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보기로 제시하고 논문 표절에 해당하는 것을 고르라는 질문에 옳게 답한 학생은 19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7%에 그쳤다. 특히 표절과 인용을 구분할 수 있다고 답한 학생 중 82%는 제대로 된 표절 기준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예시 문장을 제시하고 표절과 인용을 구분하라는 질문 중 학생들이 가장 많이 틀린 문제의 오답률은 40%였으며 평균 오답률 역시 20.6%로 나타났다(우측 하단 [문제] 참고).


논문 표절은 주로 특수대학원에서 발생

논문 표절의 원인이 대학사회와 개인 중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논문을 표절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논문을 학위 취득을 위한 통과의례로 여기는 대학사회의 풍토’라고 답한 학생이 36%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대학원생 개인이 저작권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서’라는 답이 29%로 그 뒤를 이었다.

황은성 연구처장은 “논문 표절 문제가 주로 특수대학원에 다니는 비전일제 학생들에게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대학원에 다니는 비전일제 학생들은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들은 비교적 연구시간이 적기 때문에 자신만의 생각을 키우기가 힘들다. 따라서 단기간에 논문을 써내는 데 급급해 저작권을 고려하지 않고 타인의 글을 가져오다가 표절을 저지르는 것이다. 또한 특수대학원생들은 사정상 학위 취득이 필요해 입학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도 교수들이 논문 심사를 그리 엄격하게 하지 않는 관행이 있다”고 말했다.

 
‘자주적인 글쓰기’만이 논문 표절의 근본적 해결책

현재 우리대학 학부생들은 교양필수과목인 ‘글쓰기’ 및 전공과목, 교양과목 등을 통해 논문 작성에 관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논문 작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고 답한 학생의 38%가 논문 주제 설정, 자료 수집 등 형식적인 절차에 대해서만 배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황은성 연구처장은 “논문 표절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 글쓰기 교육에 있다. 미국의 경우 글에 창조적인 생각을 담아내도록 교육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자기만의 글이 아닌 멋지고 세련된 글만을 쓰라고 강요한다”며 “타인의 글들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또한 학생들 역시 많은 글을 읽고 친구들과의 토론 등을 통해 독창적인 사고력과 논리 있게 말할 수 있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bc020132@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