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인터뷰
공직사회의 유리천장 깬 ‘에너자이저’ 그녀
김홍진 기자  |  bj293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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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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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도시행정 80)동문 인터뷰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에 드디어 첫 여성 차관이 탄생했다. 이복실 동문이 차관에 임명됨에 따라 2001년 여성부가 출범한 이래 차관직은 항상 남성의 차지였던 불문율이 깨졌다. 우리나라 첫 여성대통령이 취임한 해 여가부의 첫 여성 차관으로 임명된 이복실 동문.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지치지 않는 열정 때문에 ‘해결사’, ‘에너자이저’로 불린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여가부 출범 이래 첫 여성 차관이기에 소회가 더욱 남다를 것 같습니다. 차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요?
A. 제가 차관으로 내정됐다는 것을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알았어요. 여가부 차관 내정자가 발표되던 날, 저는 여느 때처럼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죠. 그런데 오후에 갑자기 직원들이 사무실로 몰려와 제가 차관으로 내정됐다는 사실을 알려줬어요.
2001년 여성부가 출범될 때부터 ‘여성 장관 밑에 남성 차관’이라는 암묵적인 공식이 존재해왔어요. 성별 역할이 분리된 상태나 다름없었죠. 그래선지 제게 “여가부에 있으면 차관이 될 수 없으니 부서를 옮겨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하루는 둘째 딸이 제게 그러더군요. “남성 장관 밑에 남성 차관은 있는데 왜 여성 장관 밑에 여성 차관은 안 돼?”냐고 말이죠. 그때 저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지금의 젊은 세대는 따로 양성평등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저보다 더 양성평등적인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던 그 날 하루만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일분일초가 아쉬울 정도로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28년간 쌓아온 제 전문성과 열정, 이 모든 것들을 쏟아 붓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업무에 임하고 있어요. 첫 여성차관인 만큼 제가 잘해야 여성 후배들의 진출기회가 열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느껴져 어깨가 무거워요.


Q. 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래 28년간 공직에 몸을 담아왔는데, 당시와 지금의 공직사회 속 여성의 위상을 비교해보면 무엇이 변화했나요?
A. 행정고등고시(이하 행시)를 준비하게 된 이유 역시 ‘내가 여성으로서 어떻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부터 출발된 것이에요. 1980년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만 해도 여성이 민간 기업에 들어가기는 어려웠죠. 군필자만 선발하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래서 시험으로만 능력을 평가 받을 수 있는 행시 준비를 시작했는데, 여성이 행시를 준비한다는 것만으로도 교내에 소문이 퍼지더군요.

85년에 처음으로 업무를 시작했을 때에 여성 사무관은 정말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중앙행정기관에 여성 공무원이 30% 정도 있는 지금과는 다른 풍경이죠. 하지만 여전히 고위직에 있는 여성 공무원의 비율은 4% 남짓이에요. 이제야 막 여성들이 사무관으로 공직사회에 입문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20년, 30년 뒤에는 고위직 여성 공무원이 더욱 많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지난해 6월‘UN 공공행정상’시상식에서 여성가족부를 대표해 수상한 이복실 차관

Q. 그렇다면 공직자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도움을 준 교수님이 계신가요?
A. 제가 대학에 다닐 때 도시행정학과 정원은 40명이었어요. 그런데 그 중에 여성은 저를 포함해 4명뿐이었죠. 저는 3학년 때부터 행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교수로 재직 중이셨던 윤재풍 교수님과 노춘희 교수님이 용기를 많이 북돋아주셨어요. 교수님들께서는 항상 “우리 여학생들도 사회에 나가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죠.


Q. 2002년부터 여성부에서 일하면서 여성·청소년 문제 해결에 힘써왔는데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A.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여가부에서 2년 6개월간 보육정책국장으로 일했어요. 당시 전국에 있는 보육시설은 3만 3천여 곳 정도였는데 이들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제도가 따로 없었어요. 이러한 환경 속에서 ‘보육시설 평가인증제도’를 도입해 보육시설의 질을 평가하고 관리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보육시설들의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한 노력에 이제는 제도로 잘 안착했어요. 더불어 저소득층 보육료 지원을 확대시켰는데, 기존의 4천억 원에서 1조 3천억 원으로 3배가량 예산을 끌어올렸어요.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보육정책을 국가정책의 아젠다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큰 보람으로 느껴지네요.


Q.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여가부를 이끌어나갈 계획인가요?
A.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이해서 많은 여성들이 여성의 대표성 제고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어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여성의 대표성 제고에 주력할 것입니다. 첫 번째 목표인 여성들의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해 ‘여성인재 아카데미’를 설립해 여성들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고자 해요.
두 번째 목표는 여성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이에요. 사회진출을 한다고 해도 양육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거나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은 것이 현실이에요. 저 역시 두 딸을 키우면서 정말 힘들었죠. ‘찾아가는 아이 돌보미 서비스’와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도’를 보다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에요.

또한 공직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을 깨부수기 위해 고위공무원에서 4급 이상 여성 관리직을 2017년까지 15%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에요.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서의 여성의 관리직 진출을 위해 공공기관이 선도해서 목표제를 설정하고자 해요. 그러니까 기관 등에서 여성을 고위직으로 일정비율 이상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죠. 우리 부처에서는 모니터링을 해나가면서 설정한 목표만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해 사회에 발표할 것입니다.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 여성 참여를 확대하고자 합니다.


Q. 공직자로서의 길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항상 제 딸들에게 “멀리 보지 마라. 당장 오늘 하루를 봐라”라고 이야기를 해요. 저는 행시를 합격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하루하루를 희생했어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늘을 희생해야 돼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아가야 비로소 목표에 닿을 수 있어요. 이것은 비단 행시를 준비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를 준비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정리_ 김홍진 기자 bj2935@uos.ac.kr
사진_ 여성가족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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