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탕’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하늘연못을 지나 산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산책로를 나타내는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우리대학을 끼고 있는 배봉산 근린공원의 표지판이다.

배봉산에 마련된 계단 모양의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각종 새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바로 배봉산에서 서식 중인 야생조류들이 내는 소리다. 우리대학 야생조류연구회 GAIA의 회장인 서해민(산디 12)씨는 “새들에게 배봉산은 도시 속의 섬 같은 산지입니다. 배봉산은 많은 텃새들이 살 뿐 아니라 도시를 지나가는 철새들이 머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서식장소예요. 실제로 철새들의 이동 시기가 되면 중부지방(서울)을 통과하는 대부분의 철새들이 관찰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배봉산은 새들의 서식장소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멸종위기 ‘관심필요’등급으로 분류된 꾀꼬리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립대신문사는 서해민 씨를 따라 배봉산의 새들을 관찰해 봤다.

▲ 서해민 씨가 물가를 가리키며 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새들의 파라다이스, 배봉산 산중턱

서해민 씨의 말에 따르면 GAIA의 탐사경로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았다. 새들의 서식장소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중턱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다니다 보면 새들을 발견할 수 있다. 서해민 씨는 “배봉산에 서식하고 있는 새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3명 정도의 회원이 모여 산중턱을 관찰해요. 산중턱에는 수풀이 우거져 있을 뿐만 아니라 물이 흐르고 있어 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요”라고 말했다.

수풀과 물은 새들을 산중턱으로 몰려들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수풀이 우거진 곳은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새들의 이동통로가 되기도 한다. 서해민 씨는 “작은 산새들 같은 경우 녹지의 풀숲을 따라 몸을 숨기며 이동하는 편이에요. 적들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죠”라고 말했다. 또한 물은 새들이 마시고 목욕하는데 사용된다. 서해민 씨는 새들이 기생충 등 각종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목욕을 한다고 설명했다.

서해민 씨는 새들의 모습을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물가를 추천했다. 물가에 도착해보니 배봉산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새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물가를 방문한 각양각색의 새들

물가에서 가장 처음으로 맞이한 새는 “찍-빡-찍-빡-”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회색 새다. 컴퓨터 이용자들에게는 익숙한 이름 ‘직박구리’다. 직박구리를 자세히 살펴보니 얼굴 주위에 밤색 얼룩무늬를 지니고 있었다. 서해민 씨는 “직박구리는 성질이 포악해요. 그래서 까치와 함께 배봉산에서 종종 세력다툼을 하죠”라며 직박구리에 대해 설명했다.
직박구리에 이어 “꽤엑~!” 소리를 내는 손 두뼘 정도 크기의 샛노란 새가 물가로 날아들었다. 바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름철새 ‘꾀꼬리’다. 사람들은 보통 꾀꼬리하면 ‘고운 소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꾀꼬리는 이런 이미지와 달리 평소에는 “꽤엑~!”하며 사람들의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서해민 씨는 “사실 꾀꼬리라는 이름은 ‘꽤엑~’하고 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성질도 아주 나빠요. 꾀꼬리는 짝을 부를 때에만 ‘꾀꼬리 같은 고운 소리’를 내요. 이때의 소리는 마치 휘파람처럼 아름다워요”라고 설명했다.
꾀꼬리와 함께 배봉산에 살고 있는 대표적인 여름철새로는 ‘파랑새’가 있다. 녹두장군 전봉준을 비유한 새로도 유명한 파랑새는 청록빛을 띠고 있다. 서해민 씨는 파랑새가 까마귀만큼 덩치가 크며 오리와 비슷하게 “궤엣- 궤엣-”하고 운다고 말했다. 아쉽지만 파랑새는 물가로 찾아오지 않아 직접 볼 수 없었다.

한편 배봉산에서 내려와 하늘연못을 살펴보니 ‘해오라기’가 유유히 활동하고 있었다. 해오라기는 야행성으로 낮에는 침침한 숲에 있다가 저녁 때 논이나 개울에서 물고기, 가재 등을 잡아먹는다. 서해민 씨는 “해오라기는 보통 하늘연못 가운데의 큰 나무에 올라가서 쉬고 있거나 물 가운데로 내려와서 물고기를 잡아요”라며 하늘연못에 서식하고 있는 해오라기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해오라기는 하늘연못에서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었고, 이러한 모습은 하늘연못을 찾아온 지역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앞으로 보존돼야 할 배봉산 생태계

현재 한 해 동안 배봉산을 터전으로 삼는 새들은 약 100여 종에 달한다. 그러나 새들의 개체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해민 씨는 “현재 산책로 공사와 밀려오는 등산객들로 인해 배봉산의 생태계가 많이 파괴되고 있어요. 새들은 점점 살아갈 공간을 잃고 있죠”라며 걱정했다.

이와 더불어 서해민 씨는 배봉산 새들의 서식장소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해민 씨는 “지금 학교에서 선형 녹지축을 형성한다며 길에 녹지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새로운 녹지를 더 만드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단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녹지인 배봉산의 중요성을 깨닫고, 더 이상의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학교가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해요”라며 배봉산의 생태에 대한 관리가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글_ 김현우 기자 hiun917@uos.ac.kr
사진_ GAI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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