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대학생들이 크고 작은 정신적인 문제를 경험한다. 이런 증상들은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사소해보여서, 혹은 창피해서 어디에도 말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고등학교 3학년 이후로 계속 강박적인 증상을 느끼고 있다는 박혜원(가명, 21)씨. 어느 샌가 그녀는 그녀 주변의 모든 것이 더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에 손을 수십 번씩 닦는 것은 기본이다. 집에 있는 비누는 한 달을 넘기기가 어렵다. 그녀는 “TV에서 휴대폰이 더럽다고 나오면 그 전날이랑 똑같은 휴대폰인데도 너무 더러워보여서 손을 못 대겠어요. 세균이 득실대는 것 같아 물티슈로 몇 번을 닦고 사용해요”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 외에도 짧은 치마를 입고 의자에 앉을 때 살이 의자에 닿지 않게 하려고 의자에 걸쳐 앉는다든지, 밖에서 한 번 입었던 옷은 빨기 전엔 손을 못 댄다든지 하는 강박적인 증상은 그녀의 모든 행동에 나타나 그녀를 괴롭힌다.

이런 그녀의 강박적인 증상은 인간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예전과는 다르게 친구들이 자신의 물건을 만지는 것을 보면 그 물건을 다신 쓰기가 싫어진다. 남자친구와의 관계 역시 그녀에게 쉽지만은 않다. 혜원 씨는 “영화관 같이 사람이 많은 곳을 남자친구와 갔다 오면 스킨십을 하기가 꺼려져요. 남자친구가 제 손을 잡으려고 할 때 저도 모르게 손을 뿌리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다퉈요”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생각해도 기가 차다는 지수빈(가명, 23)씨는 자신의 전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는 공상허언증 환자였던 것이다. 공상허언증이란 자신이 만들어 놓은 거짓말을 그대로 믿는 습관을 말한다. 그녀는 “처음에는 당연히 몰랐죠. 어떤 사람이 자신이 나온 고등학교까지 거짓말을 하겠어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됐다. 군인이었던 남자친구의 소대장이 수빈 씨에게 “이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이 거짓말인 것 같다”고 말을 하자 그때야 알아차린 것이다. 전 남자친구의 거짓말은 매우 세부적이고 빈틈이 없었다. 수빈 씨는 “더 황당했던 것은 그 사람은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수빈 씨는 그 사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같이 지낼수록 그에게 진실이란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나중에 남자친구 몰래 남자친구의 가족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하지만 남자친구의 가족관계까지 모두 거짓말이었더라고요. 부모형제관계까지 속이는 사람한테 더 이상 정을 줄 수가 없었어요. 결국 헤어지자고 말을 했죠”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숨 쉬는 것조차 스트레스였다면 그 사람의 삶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김형인(가명, 25)씨에게 그 당시를 회고해달라고 하자 그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형인 씨는 당시 취업준비생이었다. 취업 준비도 무척 힘들었지만 그에게 더 큰 스트레스는 가족문제였다. 형인 씨는 “당시 아버지의 외도 장면을 목격했어요. 아버지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깨져버렸죠. 그러다보니 어머니는 옆에서 ‘죽고 싶다’라는 말만 일삼았고요.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오네요”라고 말했다.

그런 형인 씨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 것은 ‘폭식’이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잘 몰랐던 그는 그냥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기에 먹고 먹고 또 먹었다. 그러다보니 속이 부담스러워져 구토를 하게 됐다. 형인 씨는 “정말 악순환의 연속이었어요. 구토를 하고 나면 몸도 안 좋아지지만 정신도 우울해져요. 우울하다보니 또 먹게 되고, 먹으면 또 구토를 하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나중에는 신경정신과를 찾아 식욕억제제를 처방 받았다는 형인 씨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형인 씨는 “취업이 되고 나서 스트레스의 근원들과 조금씩 멀어지면서 살만해진 것 같아요”라며 밝게 웃었다.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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