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간행 한국사교과서를 둘러싼 세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처음에는 일부 집필자의 친일 성향이 담긴 서술 내용이 문제시되다 역사적 사실의 왜곡, 표절 의혹까지 일자 급기야 교육 당국조차 교학사 교과서를 포함 8종의 역사교과서 전부를 재검증하겠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일본 우익 성향의 한 신문 서울지국장은 식민지근대화론 수용을, 우리나라 집권당의 한 유력 의원은 ‘긍정적인’ 현대사 서술 등을 이유로 교학사 교과서를 극찬했으며, 이에 질세라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친일, 뉴라이트 사관에 편향된 서술 내용을 조목조목 들어 해당 교과서만의 검증 취소를 요구했다. 교학사 교과서 사건이 온 국민을 편가르기할 지경에 이르자 결국 집필자 중 3명의 현직교사는 아예 자기 이름을 빼달라고 출판사에 요구했고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나몰라라는 식으로 자포자기에 빠졌다.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이편’과 ‘저편’ 간의 핵심 쟁점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현대사를 바라보는 역사의식의 차이다. 이를 근거로 우리사회는 보수니 진보니, 좀 심하게는 수꼴이니 좌빨이니 하면서 서로 갈라져 있다. 그러나 이편 저편 모두에게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서로가 상대에게 ‘역사를 왜곡한다’고 비난하는 행위다. 하지만 역사라는 것이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이야기나 기록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 어떤 역사도 과거에 대해 말하거나 쓰는 자, 곧 역사가의 의해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인정해야 한다. 역사 서술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사실의 왜곡이 아니라 사실을 어떻게 ‘올바르게’ 왜곡하느냐다. 사마천은 <사기>를 쓴 이유로 과거가 미래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로부터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이 왜 ‘올바르지 않은 왜곡’ 인지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일제의 압제와 독재의 광기로 얼룩진 수난의 근현대사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는 역사서는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가치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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