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의 윤리의식을 연구한 한 시민단체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둥학생의 절반 가량이 ‘10억원이 생긴다면 죄 짓고 1년 감옥살이해도 괜찮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웃이 어려워도 나만 잘살면 된다’는 항목에는 36%, ‘과제를 하면서 인터넷 내용을 그대로 베낀다’는 항목에는 무려 64%의 고교생이 ‘그렇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대학생을 포함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도덕, 윤리의식의 부재를 개탄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무규범적 언행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저간의 사정을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고 싶은 기성세대가 보이는 반응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요즘 애들이 막돼먹었다’는 식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어릴 때부터 도덕, 윤리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학교 교육현장에서 도덕, 윤리는 시험용이고 그마저도 요식인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도덕, 윤리도 한국사처럼 수능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그나마 어떤 행위가 선이고 악이며 옳고 그른지 ‘외우기’라도 할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사실 교육은 가르치는 자의 진정성과 실천성이 담보돼야 효과가 있다. 인생에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 나의 행복은 이웃의 행복과 함께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할 기성세대가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모습을 보일 때 청소년들은 과연 자신의 삶에서 도덕과 윤리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까. 총칼을 앞세워 수천억을 빼돌려도 떵떵거리며 살고 민주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유린해도 적반하장이 통하는 나라에서 어느 청소년이 자신들의 도덕적 타락을 질타하는 기성세대의 꾸중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건전한 상식이 요즘처럼 ‘옥조(玉條)’로 여겨지는 때도 없을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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