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에 나타난 1세대 아이돌을 꾸준히 응원해 온 30대 팬부터, 최근에 활동하기 시작한 아이돌에 열광하는 10대 팬까지. 아이돌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도 다양하다. 왜 팬들은 아이돌에 열광할까? 1세대 아이돌은 어떠했는지, 또 현재의 팬 문화는 어떠한지를 알아보자.


1세대 아이돌을 추억하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1세대 아이돌은 다른 아이돌과 경쟁하며 각자의 매력을 뽐냈다. ▲H.O.T.와 젝스키스(이하 젝키) ▲핑클과 S.E.S. ▲god와 신화 등이 그랬다. 젝키의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H.O.T.와 비교했을 때 젝키는 좀 더 친근한 이미지였죠. 신비주의를 콘셉트로 하는 H.O.T.와 달리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망가지는 모습도 많이 보여줬어요”라며 젝키의 매력을 설명했다. 반면 H.O.T.의 팬인 B씨는 “H.O.T.가 먼저 나와서인지 젝키에게는 왠지 눈이 가지 않았어요. 또 H.O.T.는 신비주의를 콘셉트로 활동해서 그런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라며 “사실 H.O.T.가 워낙 대세여서 젝키는 라이벌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 팝업스토어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
핑클과 S.E.S. 역시 라이벌 관계에서 각자의 매력을 뽐냈다. 핑클의 팬인 천정은(31)씨는 “핑클이 활동할 당시에는 핑클과 같은 여성 아이돌이 많지 않아서 핑클이 신기했어요. 또 젝키와 같은 소속사에서 데뷔시킨 아이돌이라 더욱 눈길이 가기도 했죠”라며 핑클의 팬이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이어 천정은 씨는 “S.E.S.와 비교해 핑클이 TV 예능프로그램에도 더 많이 출연해서인지 더 친근하게 느꼈졌던 것 같아요. 특히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라는 TV 프로그램에서 ‘99초 광고’라는 코너를 통해 많은 재미를 줬죠. 99초 광고는 99초 안에 미션을 수행하며 광고를 찍어야 하는 코너였는데 핑클이 미션에 계속 실패하며 발생하는 상황이 재밌었어요”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한편 S.E.S.의 팬인 한다훈(16)군은 “S.E.S.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제가 어려서 활동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진 못했지만 <oh my love>라는 S.E.S.의 노래를 듣고 푹 빠져 지금까지 팬으로 남아 있어요”라며 “핑클과 S.E.S.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S.E.S.에게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깜찍함, 순수함, 아름다움이 있죠”라며 S.E.S.의 매력을 자랑했다.

god와 신화도 마찬가지로 각자의 매력으로 많은 팬을 사로잡았다. god의 팬인 김나영(23)씨는 “제가 초등학생 때 god가 출연했던 <육아일기>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god의 팬이 됐어요. <육아일기>를 촬영하던 당시 god는 자다 일어난 모습도 그대로 보여주는 등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줘 신기했어요. 당시의 아이돌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았거든요. <육아일기> 석모도 편을 재미있게 봐서인지 최근에는 석모도로 여행을 갔다 왔을 정도예요”라며 god의 팬이 된 계기를 말했다. 이어 김나영 씨는 “이렇게 친근하다는 점이 god가 가지는 매력인 것 같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신화의 팬인 이정은(17)양은 “2008년도에 <X맨>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신화를 보고 그 매력에 빠졌어요”라며 “동시대에 함께 활동한 1세대 아이돌들은 이미 활동을 멈췄지만 오직 신화만 남아 활동을 계속하는 게 신화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라고 설명했다.

▲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한 장면

현재의 다양한 팬 문화

2000년대 초반 이후 1세대 아이돌들은 대부분 활동을 중단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동방신기, SS501, 슈퍼 주니어, 빅뱅, 소녀시대 등의 아이돌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2세대 아이돌은 1세대 아이돌에 비해 그 수가 부쩍 늘었다. 이렇게 많아진 2세대 아이돌 만큼이나 다양한 팬 문화도 생겨났다. 앨범/음원 공동구매, 굿즈, 팬픽 등이 바로 그것이다. 팬들은 아이돌이 많은 앨범/음원 판매량을 올려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길 바라며 앨범 발매, 멤버의 생일 등 다양한 때에 맞춰 앨범을 단체로 구매한다. 팬들은 응원하는 아이돌을 위해 10장의 앨범을 한꺼번에 구매하기도 한다.

A씨는 “최근 아이돌의 대형 팬클럽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이 방송에서 상을 받게 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죠. 방송에서는 음원 판매량, 네티즌 투표 등을 점수화해요. 때문에 팬들은 아이돌의 음원 판매고를 올려주는 한편 아이돌이 투표에서 많은 표를 받게 만들려고 응집력 있게 행동하죠. 저도 여기에 참여를 한 적이 있어서 이러한 일들이 얼마나 수고로운 일인지 익히 잘 알죠.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공동 구매를 비롯한 일부 사재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안 좋은 시선으로 보고 있어요”

▲ god의 팬이 모은 god에 관한 굿즈
 ‘굿즈’는 아이돌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일컫는데 팬들은 이러한 굿즈 구매를 통해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팬들은 온라인, 오프라인의 경로를 통해 이러한 굿즈를 구매한다. 오프라인 굿즈 매장으로는 팝업스토어(pop up store), 에브리싱(everysing), 명동 지하상가 쇼핑몰 등 여러 곳이 있다.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직접 운영하는 아이돌 굿즈 판매점 팝업 스토어는 명동에 위치하고 있다. 팝업스토어에서 일하고 있는 정주환(21)씨는 “외국 팬들이 많이 찾아주셔요. 특히 중국이나 일본 분들이 많이 찾아 주시죠. 아니면 가끔은 우리나라 학생 팬들이 어머님과 함께 매장을 찾기도 해요.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때 사람이 몰리기도 하죠. 현재는 아이돌 EXO와 관련된 물품들이 가장 인기에요. 팬들이 매장 문을 열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라고 말했다. 팝업스토어를 찾은 장윤지(16)양은 “EXO의 팬인데 굿즈의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라며 “아이돌의 사진이 붙었다고 포스트잇 메모지 하나가 12,000원 씩이나 하는 건 정말 이해가 안 돼요”라며 가격에 대한 불만을 말하기도 했다.

팬들은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인 팬픽(Fan과 Fiction의 합성어)을 즐기기도 한다. 팬픽은 1세대 아이돌이 등장할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팬 카페 등을 통해서 유통돼 왔다. 팬픽은 아이돌이 실제 가수활동을 하며 겪을 법한 이야기, 아이돌을 회사원이라고 가정한 이야기, 아이돌 멤버 사이의 연애를 가정한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김나영 씨는 “두 멤버 사이의 사랑을 그린 팬픽이 기억에 남네요. 남성인 두 멤버가 한 멤버는 여성적이게, 한 멤버는 남성적으로 묘사됐는데 여성적으로 그려진 멤버에 감정이입을 하며 재밌게 읽었죠”라며 가장 기억에 남는 팬픽의 내용을 설명했다.


글,사진_ 송동한 기자 sdh1324@uos.ac.kr
사진_ tvn<응답하라 1997>,각 그룹 홈페이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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