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개인 주차장과 높은 담장, 종종 주차장이 열리면 보이는 개인 운전사와 커다란 벤츠. 우리대학 학생이라면 한 번쯤 눈길이 갔을 정문 앞 대저택의 모습입니다. 학교를 좀 다녔다 하는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집 주인이 H대 총장”이라는 식의 풍문을 전하기도 합니다. 저택의 운전사가 세차를 하고 있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돼 집 주인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는 “이 집의 주인 어르신은 시립대 학생이면 잘 알고 있지 않나요?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걸로 알고 있는데?”라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무성한 이 대저택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H대학 의료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 집의 주인은 한때 유명한 외과의사였습니다. 1986년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췌장이식을 성공한 의사로 우리나라 의학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람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그 후에도 그는 꾸준히 의술 활동을 하여 H대학 의료원의 이사장이 됐습니다. 한편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그가 이북출신이라는 사실도 눈길을 끕니다. 그는 평안남도 출신으로 해방 후 남한으로 건너와 정착했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회를 바라보며 자라 의사의 꿈을 갖게된 것입니다.

이제부터 정문의 저택을 볼 때마다 부럽다는 생각보다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키운 의사의 꿈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의료인력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현실을 바라보며 의사의 꿈을 키워갈 학생들이 어쩌면 우리대학에도 있지 않을까요?


글 사진_ 이철규 기자 27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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