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 한 장이 나온다. 과연 내가 생각한대로 사진이 나왔을지, 사진이 예쁘게 나왔는지 기대하며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을 기다린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검은 필름에서 점차 흐릿하게나마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마침내 사진이 인화된다. 사진에는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느낄 수 없던 따스함이 느껴진다. 거리를 찍으면 7, 80년대 거리의 느낌이 나고, 사람을 찍으면 그 사람의 정감이 느껴지는 카메라, 바로 폴라로이드(Polaroid) 카메라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제대로 짚고 넘어가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라고 하면 ‘즉석에서 사진이 인화되는 카메라’를 떠올린다. 하지만 즉석에서 사진이 인화되는 모든 카메라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아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미국의 카메라 회사인 폴라로이드사(社)가 갖고 있는 고유 상표다. 아날로그 카메라 전문 회사인 레드카메라의 실장 유문성 씨는 “폴라로이드 사진이라고 하면 딱 한 가지 종류밖에 없어요. 외부에서 미니 폴라로이드라면서 팔고 있는 인스탁스(Instax)의 경우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아니에요. 인스탁스를 팔고 있는 후지사에서도 절대 자신들의 카메라에 폴라로이드라는 말을 안 써요”라며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고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대해 설명했다.


▲ 후지 사에서 나온 인스탁스 카메라
가지각색 매력, 폴라로이드 카메라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갖는 매력 중 하나는 즉석에서 사진이 인화된다는 점이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애용자인 배현진(30)씨는 “디지털 카메라 같은 경우는 휴대폰이나 이메일로 사진을 전송해야 하지만,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경우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선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 그 감정을 바로 전달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라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를 말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그 자체에 하나의 디자인이 들어있다. 일반 사진들은 사진을 인화한 후 액자에 끼워 넣어야 하지만, 폴라로이드 카메라 같은 경우는 액자에 해당하는 부분이 사진 자체에 디자인돼 있는 것이다. 심규민(숙명여대 3)씨는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뽑은 후 액자처럼 돼 있는 부분에 날짜와 의미를 새기면서 그날 하루하루를 정리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특유의 따뜻한 색감 역시 폴라로이드만의 매력이다. 배현진 씨는 “폴라로이드는 실내나 실외에 상관없이 플래시가 강제 발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만의 뽀얀 색감이 나오는데, 저는 이러한 색감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굉장히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폴라로이드 사진은 희소성이 있다. 김예은(24)씨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일단 찍으면 세상에 단 한 장뿐인 사진이 되잖아요. 나만의 사진이라는 그 희소성이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라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 아이폰 사진이 폴라로이드처럼 디자인 돼 나오는 카메라
비싼 가격에 대한 사용자들의 아쉬움

하지만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애용하는 사람들에게 유지비용을 물으면 모두 울상을 짓는다.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비싼 필름 값이 애용자들에게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가장 싼 필름조차도 한 장당 4천 원이어서 필름을 계속 쓰게 되면 기계 값보다 필름 값이 더 비싸지는 것이다. 유문성 씨는 “일반인들이 쓰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럽죠. 요즘 보면 연예인들이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취미로 많이 들고 다니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또한 이런 비싼 가격 때문에 취미를 함께 즐길 사람이 적다는 것 역시 사용자들은 아쉬워한다. 배현진 씨는 “휴대가 불편하고 필름이 비싸서 잠깐 쓰다가 안 쓰는 사람들이 태반이에요. 함께 공유할 사람이 자꾸 바뀐다는 점이 참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심규민 씨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끼리 출사(사진을 찍으러 나감)를 나가기에는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너무 비싸서 감히 출사를 나갈 생각도 잘 하지 못하죠”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게 카메라야?” 토이(toy)카메라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토이카메라는 그 이름처럼 장난감 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스 모양의 카메라가 있는가 하면, 유치원 때 갖고 논 장난감 모양의 카메라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겼다고 해서 얕보기엔 토이카메라가 내놓는 사진들의 퀄리티, 느낌 등을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종류의 토이카메라

토이카메라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홀가, 엑시무스, 로모그래피 등 다양한 회사에서 토이카메라를 내놓았다. 작동원리는 대동소이한 편이다. 장난감처럼 쉽게 쓸 수 있어 토이카메라라는 이름이 붙여진 만큼 토이카메라는 필름을 넣으면 바로 촬영이 가능하다. 토이카메라를 제작하는 각 회사에서 타회사와의 차별화에 힘쓰는 것은 디자인과 렌즈 그리고 효과이다. 노장우(한국외대 2)씨는 “생긴 게 아기자기해서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켜요. 또 내 마음대로 리폼(re-form)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내구성 역시 좋아요. 토이카메라는 ‘작지만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촬영 효과를 보면 어떤 회사의 토이카메라는 빈티지한 색감을 주 효과로 내걸고 있고, 다른 회사는 비네팅 효과(주변부를 어둡게 하는 효과)를 주 효과로 제시하고 있다. 유문성 씨는 “대부분 토이카메라가 빈티지한 색감과 비네팅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어디에 좀 더 주력을 하였느냐에 따라 사진이 다르게 나와요”라고 말했다.


▲ 비스킷 모양의 토이카메라
애용자를 들었다 놨다, 토이카메라

“사진은 찍고 싶은데 디지털 카메라를 살 여력이 안 돼 찾게 된 게 토이카메라예요” 이건화(26)씨의 말이다. 다른 카메라들에 비해 카메라 본체 값이 싼 편이라 토이카메라는 대중들에게 인기가 꽤 높은 편이다.

이런 값싼 비용 외에도 애용자들을 사로잡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토이카메라만의 색감이다. 윤근태(40)씨는 “토이카메라를 통해 아련하고 앤틱(antique)한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플라스틱 렌즈를 사용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색 파괴가 일어나지만 이를 통해 특별한 결과물을 만들 수도 있지요”라며 토이카메라의 매력을 말했다. 유문성 씨는 “디지털 카메라는 픽셀 단위로 모든 이미지가 구성이 돼요. 즉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색깔마다 경계선이 명확하죠. 그런데 토이카메라 같은 아날로그 카메라는 색깔 간의 경계선이 없어요. 그래서 사진을 봤을 때 딱딱한 느낌이 없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토이카메라를 애용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역시 유지비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상 및 스캔을 해주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 또한 이들의 취미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임혜영(31)씨는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화되면서 필름 생산이 줄고 단종된 필름을 구하기가 어려워졌어요. 또 필름이다보니 현상과 인화비용의 부담이 조금 있는 편이에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나노 블럭으로 만들어진 토이카메라
토이카메라가 주는 설렘

토이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필름카메라가 주는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이건화 씨는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없다는 점이 토이카메라의 핵심인 것 같아요.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해 하는 그 시간이 즐겁거든요.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없다는 점, 필름 한 장 한 장이 모두 돈이기 때문에 셔터를 한 번 누를 때도 고민을 하고 눌러야 한다는 점이 토이카메라의 큰 매력이죠”라고 말했다.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 카메라가 도입되면서 사진을 여러 번 찍을 수 있게 된 것은 장점이지만 셔터의 낭비가 점점 심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건화 씨는 “뭔가 소중한 장면을 남기고 싶을 때는 디지털 카메라를 쓰지 않고 토이카메라를 주로 사용해요”라고 말했다. 배현진 씨 역시 “예전에 필름카메라를 쓰면서 느꼈던 그 설렘과 신중함을 요즘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유문성 씨는 아날로그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의 차이를 LP와 CD에 비유했다. 그는 “LP는 아날로그다 보니까 음 하나하나 넘어가는 게 딱딱 끊어지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을 줘요. 그래서 음이 흘러가는 느낌이라 귀에 편하게 들려요. 하지만 CD는 비트 단위로 돼 있어 음이 선명하지만 편한 느낌은 주지 않죠. 카메라도 마찬가지에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아날로그 카메라(폴라로이드 카메라, 토이카메라)는 디지털의 선명함과 정확함에 지친 현대인에게 아날로그적 여유와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지 않을까.


글·사진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사진_ 레드카메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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