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시 신청사에서 청년 30여 명은 박원순 시장 및 시 관계자들과 함께 모여 서울청년정책 수립을 위한 대화를 나눴다. 이날 열띤 대화를 나눈 청년들은 바로 2013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청정비빔밥(이하 청정비빔밥)의 청년정책위원들이다. 이들은 청년들을 위한 여러 맞춤 정책들을 제안했다. 박원순 시장은 여러 정책위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책상머리에서 보고 토론하는 것보다 여러분들이 느끼고 고민하고 고통 받는 그 현장 속에서 얻어진 정책이야말로 가장 절실하고 진실성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청정비빔밥의 많은 청년정책위원들이 네트워킹 파티에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내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정책  청정비빔밥

청년들이 직접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고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이렇게 청년들이 정책의 주체가 돼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청정비빔밥에는 함께 어울려 나눠먹는 비빔밥처럼 ‘서울의 청년들이 모여 청년정책으로 잘 비벼진 맛난 정책’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청년정책위원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청정비빔밥은 서울에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19~39세의 청년들이 모여 직접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청정비빔밥은 대학생·청년활동가 등 249명의 청년정책위원들로 구성된 네트워크이며 ▲일, 노동 ▲문화 ▲복지 ▲주거 ▲창업 등 13개 분야에 대한 청년정책을 개발·연구하고 있다. 각 분야별 정책위원들로 이뤄진 모임을 뜻하는 ‘테이블’은 현장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발견하고,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한다. 청정비빔밥은 청년과 서울시정이 함께 어울려 청년 거버넌스*를 구축한다.

우리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불편하고 아쉬웠던 일들을 많이 겪지만 그것들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책위원들은 이런 문제들을 혼자의 고민으로만 끝내지 않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발 더 다가선다. 연극배우인 청정비빔밥의 박주영 문화테이블 지기는 “처음에 정책이라는 건 나와 동떨어진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동료 배우들이 왜 이렇게 경제적으로 힘든지 생각하게 됐고 구조 자체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업계 종사자의 입장을 반영한 문화·예술 관련 정책을 만들어 보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청정비빔밥의 정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

청정비빔밥에서는 테이블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은 후 여러 단계를 거쳐 정책으로 만들어 나간다. 우선 각 테이블은 회의를 거쳐 각자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킨다. 그 후 청정비빔밥 정책팀이나 지기들 간의 회의를 통해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아이디어를 수정해 정책 초안을 만든다. 정책 초안이 나오면 서울시 담당부서의 자문을 받거나 간담회를 열어 정책안을 다듬는다. 박주영 문화테이블 지기는 “각 테이블마다 진행 상황은 다르지만 현재 문화테이블에서 나온 정책들을 실현시키는 과정에 있다. 직접 관계자들과 만나서 정책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논의해보고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이야기해보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청정비빔밥은 오는 12월 각 테이블마다 정리된 정책들을 종합해 서울시와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서울청년종합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청년정책네트워크는 다양한 영역의 청년들을 직접 찾아가 공청회·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실효성 있는 청년정책 개발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집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권병덕 기획팀장은 “처음에 대다수의 정책위원들은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통과되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실제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정책위원들은 정치, 권력을 둘러싼 생태계를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좀 더 완성된 정책들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문화부터 일자리까지… 청년들이 내놓은 다양한 정책들

현재 청정비빔밥의 여러 정책위원들은 각 테이블마다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 중 문화테이블은 지하철 구 매표소를 청년 예술가들의 연습 공간 마련, 공연장 활용, 예술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의 목적으로 활용해 창작가들이 주민들과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정책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주영 문화테이블 지기는 “지하철 역사라는 접근성이 좋은 공간을 활용하면 많은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작은 구 매표소에는 단편, 독립영화 혹은 애니메이션 등의 상영 공간을 만드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이 정책은 많은 감독들과 제작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상영하고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울 아르바이트 권리보호센터 운영 ▲서울시 청년성장 및 이동권 보장을 위한 청년 대중교통 할인정책 ▲청년 긴급생활 자금지원 등 다양한 정책들이 청년정책위원들에 의해 제안됐다. 박주영 문화테이블 지기는 “우리가 낸 정책들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에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낸 정책들을 통해서 조금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느꼈던 문제점이나 불만을 다시 겪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병덕 기획팀장은 “실제 청년정책들이 서울시에 반영되면 정책위원들이 성취감을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청년들의 삶, 자기존재에서 출발하는 문제의식들을 정책으로 풀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봤다는 데에서도 청정비빔밥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거버넌스 (governance) : 흔히 공치(共治), 협치(協治) 등으로 번역된다. 정부에 의한 일방적 통치를 의미하는 전통적 행정(government)과 대비돼 시민사회와의 협동, 상호소통을 통해 이루어지는 결정 과정을 뜻한다.


글_ 김주영 기자 kjoo0e@uos.ac.kr
사진_ 청정비빔밥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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