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시를 피워낼 수 있도록

8년 만에 다시 생겨난 서울시립대 문화상에 당선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맨 처음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얼떨떨하면서도 기뻤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예기치 못한 수상이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많이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시를 쓰면서 한 때는 게을리 했던 적도 있어 내가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나 하는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와 채찍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울리는 그런 시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한 저를 이끌어 주시는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곁에서 항상 지켜봐주시는 부모님, 마지막으로 매일 같이 기도해주시는 할머니께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사평

기존의 ‘서울시립대문학상’이 몇 해 만에 ‘서울시립대문화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을 다시 찾아왔다. 반갑기가 그지없는 일이다. 이번 기회를 빌려서, 서울시립대문화상이 계속해서 문학 창작에 대한 열의를 지닌 고교생들이 그들의 능력을 맘껏 펼쳐 보일 수 있는 좋은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이번 제26회 서울시립대문화상 시 부문의 심사는 응모작들이 많아서 예심과 본심으로 진행되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의 수준은 대체로 높은 편이었다. 적지 않은 응모작들이 자신의 삶이나 다른 사람들의 삶을 대하는, 고교생들의 진솔하면서도 참신한 안목과 감각을 잘 담고 있어서 무척 기뻤다. 그러면서도 요즘 고등학교에서는 문학 창작에 대한 교육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다고 들었던 터인지라, 작품들의 수준이 시 창작에 대한 학생들의 열의를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내심 미안하기도 하였고, 고맙기도 하였다. 

시는 어찌 보면 말들이 어울려서 어떤 울림을 자아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가 자아내는 그런 울림은 바로 시를 쓰는 사람이 자신의 삶이나 다른 사람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고도 할 수 있다. 단지 말들을 그럴듯하게 엮어내는 행위만으로는 결코 그런 울림을 얻어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자신의 속내나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진지하게 살피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진솔하게 언어로 표현하는 일, 이것이 바로 한 편의 시를 어떤 울림의 세계로 나아가게 해 주는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시 부문 본심에서는 먼저 자신의 속내나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진솔한 목소리로 담아낸 작품들을 일차적으로 선별하였다. 그런 다음에 응모작들이 청소년들이 쓴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선별된 작품들 중에서도 자신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참신함이 잘 드러나는 작품들을 수상작들로 선정하였다. 그 결과, 당선작으로는 송은지의 <귀가 피다>가, 우수작으로는 조유빈의 <해당화의 노래>가, 가작으로는 김민준의 <종소리>와 김도연의 <얼음새>가 선정되었다.

당선작 송은지의 <귀가 피다>는 난청을 앓고 있는 아이가 수술을 통해 처음으로 소리를 듣게 되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담아 낸 작품으로, 소리를 처음 듣게 되는 아이를 바라보는 응모자의 진솔함과 참신한 시선이 돋보이는 것이었다. 소리를 처음 듣는 아이의 귀를 꽃망울에 비유하여 바라보는 감각은 특히 그러하였다.

당선자를 비롯한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수상하지 못한 응모자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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