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관 뒤편, 수풀이 우거진 곳에는 ‘수혼비(獸魂碑)’라고 적힌 비석이 숨어있습니다. 비석 후면에는 비석이 세워진 연도인 1970년 5월 1일이 새겨져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에 세워진 이 비석은 대체 누구의 넋을 기리고 있는 것일까요?

‘짐승 수(獸)’자를 보니 아무래도 동물과 관련이 있는 비석인 듯합니다. 사실 음악관 밑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73년까지는 우리대학에 수의학과가 있었고 지금의 음악관 자리가 바로 동물병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대학의 이름이 경성공립농업학교였던 1939년, 우리대학에는 수의축산학과가 신설됐습니다. 우리대학이 발간한 『서울시립대학교 90년사』를 보면 당시 교장이었던 노무라 미노루는 “일중전쟁 4년을 맞아 인적·물적 자원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수의축산계의 획기적 비약에 따라 1939년 새로 수의축산과를 증설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 말, 양, 돼지 등 다양한 동물들이 실험대상으로 다뤄졌습니다.

 
그리고 죽은 동물들이 현재 음악관 자리에 묻히게 된 것입니다. 비석 아래에는 “거룩한 영혼 고이 잠들라”는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지금도 밤에 음악관 뒤편을 찾아가면 죽은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글·사진_ 이철규 기자 27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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