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갈등 어디까지 가나

오는 15일 스승의 날에는 과연 누구에게 ‘스승의 은혜’를 불러주어야 하나. 전국 초·중·고 교장들은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 자살사건에 격노해서 전교조에 맞서서 시위를 벌이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부의 NEIS(교육행정 정보 시스템) 도입에 반대해 조합원들의 찬반투표 후 연가투쟁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야말로 막나가는 작금의 교육계에서 학생들은 ‘스승의 은혜’를 부르고 카네이션을 꽂아 줄 수 있을까. 하필이면 5월에 교육계를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 발단은 초등학교 교장의 자살사건이다. 한 기간제 여교사가 ‘차시중’을 거부했고, 전교조가 교장에게 기간제 여교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장은 자살을 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유서가 남겨지지 않았으므로 아직까지도 확실히 무엇이라고 말 할 수 없는 단계이다. 여기까지가 사실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은 사건 당일부터 전교조의 사과 요구·압력을 자살원인으로 규정지어 마치 마녀 사냥을 하듯 쉼 없이 전교조를 몰아 세웠다.
교육청은 부당 대우로 인한 사건에 대해 서교장의 자필 사유서를 받는 징계를 내렸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이 후에 밝혀졌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참고 지내야 하는 기간제 여교사의 문제, 교단에서 성차별 받는 여교사들 문제에 대한 반성적 검토는 찾아보기 힘들게 언론은 ‘전교조 죽이기’에 박차를 가했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조사에서조차 사건의 진상조사보다는 전교조 성토에 더욱 초점이 가해져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노무현 정권이 불러올 수 있는 개혁바람의 불똥이 지금까지 누려온 기득권에 튀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의 표현이며 발로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건이 있은 지 한 달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건에 대한 접근이 객관적이고 차분하지 못하게 된 것은 초기 언론의 공이 크다.
교장들은 서교장의 자살로 인해 전교조에 대한 비판에 앞장섰고 결국, ‘한국 국공사립 초중고교장회장 협의회’는 지난 11일 당초 장외집회로 예정되었던 ‘전국교장 결의대회’를 실내집회 형식으로 바꿔 전교조 성토대회를 연 것이다. 학교의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교장들의 이러한 집단적인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주체간의 갈등보다도 더 심각한 교육 문제 현안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던 교장단이 서교장 사건과 전교조 비판을 목적으로 이러한 모임을 갖는 것은 상대방에게 더 이상 밀려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집단이기주의 행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전교조는 NEIS 도입 반대를 주장하며 연가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강경투쟁만이 능사가 아님을 전교조는 알아야 한다. 아무리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학생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투쟁방법은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들여야 한다. 수업을 하지 않는 투쟁의 방법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후에 교단에 돌아와서 제자들에게 과연 떳떳할 수 있을까. 교육부는 NEIS 문제와 관련하여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번 검토하고,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되는 항목(교무·학사, 보건, 입학·진로 등)을 제외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감정싸움보다 문제의 본질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합의하는 모습을 교육계는 보여주어야 한다. 편싸움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교육당국 역시 교육계가 더 이상의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적극적인 사태해결의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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