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기대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공동체의 영속한 유지와 진보적 발전은 차세대에 대한 교육에 달려있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교육열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부모들의 노력은 눈물겨움을 넘어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학교의 교무실에 걸려 있는 ‘전인교육’이란 단어는 이미 그 먼지 쌓인 액자만큼이나 우리의 현실과는 멀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 전쟁은 고3뿐 아니라 초등학교 까지 확대되어 있고 대학은 연구하는 상아탑이 아닌 취업학원 또는 고시학원으로 변질되어 있다. 과연 이런 시스템과 가치관으로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찌 될 것인가 고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교평준화는 교육 공개념과 학교교육정상화를 위한 정부당국의 마지노선과 같이 느껴진다. 물론 고교평준화는 그동안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다양한 학습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한 교실에서 동일하게 가르치는 고교평준화는 일부의 지적처럼 효율성 측면에서 분명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일부 고교에선 이른바 ‘특반’을 상당부분 운영하고 있고 같은 등록금 내고 다른 교육을 받는다는 학생간의 위화감이 조성되기도 한다. 작금의 특수목적고에 대한 열기는 이러한 고교평준화의 문제점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지적하여 주는 현상이다. 정부는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하여 이러한 교육 수요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야 한다.
지난 해 대학입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학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학교육공급에 경쟁의 개념을 도입한 이래로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대학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러나 갈수록 입학자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수도권 대학으로의 편입현상으로 지방대학은 그나마 다니던 학생들도 빼앗기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교육이라는 시장에 자유주의적 경쟁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 타당했느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이란 것은 퇴출이 자유롭지 못하다. 일단 진입하면 퇴출하기에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 시설투자회수와 인력 재배치문제, 그리고 다니던 재학생들의 문제가 그것이다. 일부 상위권 대학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국민들의 대학교육열기를 충족키 위한 방안으로 선택된 공급자유 경쟁정책의 부작용이 이제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개방도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한다. 물론 주고 받아야 하는 세계경제질서 안에서 경제의 3분의2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다. 죽창들고 대로변을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다. 다만 개방은 하되 국익을 철저히 보호하고 교육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의 이익이 더 많이 반영되는 개방을 하여야 한다.
아마 개방으로 인한 경쟁은 일부 상위권 대학만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 대학들은 제휴과정을 설립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외국대학들에게 거액의 뒷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개방과 경쟁은 하나마나이다. 정부는 이러한 기득권 대학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제재하여야 국소적 독과점 이익을 누려오던 상위권 대학들의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던 교육개방의 취지를 바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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