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벨과 세바스찬(Belle et Sebastien)>은 아름다운 알프스 언덕을 배경으로 순수하고 정의로운 소년 ‘세바스찬’과 들개 ‘벨’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평화로운 알프스 언덕 아래 있는 마을에서 세바스찬과 그의 할아버지는 양떼들을 돌보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양떼들은 무언가에 의해 습격을 받는다. 마을 사람들은 그 소행을 벨의 짓이라고 생각한다. 들개 벨이 양떼들을 공격하고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들을 공격한 건 사실 벨이 아니라 늑대였다. 벨은 오히려 양떼를 모는 일을 도맡아 했으며 밤마다 늑대들로부터 양떼를 지켜왔다. 마을 사람들이 오해를 하더라도 벨은 줄곧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왔던 것이다.

기자는 이런 벨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대학 미디어관을 청소해주시는 미화원 아주머니가 떠올랐다. 이른 아침에 미디어관 내부를 서성거리며 아주머니를 기다렸고, 아침 7시경에 미화원 아주머니를 만나볼 수 있었다.

미디어관을 청소하시는 송필순(68)씨는 매일 아침에 출근해 이 건물을 도맡아 청소를 하신다. 아주머니에게 이 큰 건물을 다 청소하시느라 힘들지는 않냐고 여쭤 봤다. “힘들긴 한데 서운한 점은 없어요. 이 일만 10년 동안 해왔는데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무슨 일을 더 하겠어요”라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적지않은 연세에도 계속 일하시는 이유가 궁금해 이번에는 가정사를 여쭤 봤다. “75세 된 남편이 있어요. 그런데 디스크 수술을 두 번이나 잘못 받아서 이제는 사람이 거의 망가졌어요. 남편은 지금 27년 동안 무직 상태이기 때문에 저라도 열심히 일을 해야만 해요”라고 대답하셨다. 쓰레기 봉지를 묶는 아주머니의 손에서 배우자를 간호하고 돈도 벌어야 했던 그녀의 인생이 보이는 듯 했다.

동행 취재 중에 이상하게 느낀 점이 있다면 아주머니는 마치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급하게 청소를 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따라다니기도 힘들 만큼 바쁘게 움직이셨던 이유는 무엇일까. 점점 옥죄어 오는 정년의 압박과 생계 걱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일을 그만두면 남편은 어떻게 먹여 살리나, 자식들에게 폐만 끼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주머니의 생각을 말이 없어도 느낄 수 있었다. 취재 도중에 아주머니께서 할 말이 있다고 하셨다. “인사를 해주는 학생들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본 체 만 체 하는 학생도 있지만 친절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주는 학생들을 보면 고마워서라도 일을 열심히 하게 돼요”라고 말씀하셨다.

미화원 아주머니들의 존재를 많은 사람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아주머니를 향해 인사를 하는 몇몇의 ‘착한 응원단’들이 있기에 우리대학이 더욱 빛이 나는 게 아닌가 싶다. 양떼들을 지키는 벨의 모습처럼 학교를 항상 깨끗하게 해주시는 미화원 아주머니들은 언제나 묵묵히 학생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등굣길에, 혹은 하굣길에 단 10초만이라도 이분들을 위해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서현준 기자 ggseossiwkd@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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