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화 이후 신규운전자 59% 급증
장롱면허 느는데 정부, 사고율 떨어졌다 자축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정책이다, 이대로 사람들이 도로에 나가면 사고 낼 위험이 너무 크다” 3일이면 면허 취득이 가능하다며 학원 홍보를 하던 운전학원 관계자 A(45)씨에게 운전면허 간소화(이하 간소화)가 위험한 점은 없는지 물어보니 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A씨는 “간소화가 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고 말했다. 2011년 ‘간소화’ 정책이 시행된 이후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는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간단해진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A씨처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운전능력 떨어져도 면허는 발급

안전행정부가 2012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운전면허 간소화 이후 운전면허 취득자는 1년 간 132만 명으로 전년 83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59% 증가했다. 그러나 간소화된 시험을 거쳐 면허를 취득한 사람들이 운전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A씨는 “학생들은 동영상으로만 운전을 배우고는 면허를 쉽게 땄다고 좋아하지만 막상 도로에 나가 주행 연습을 할 때는 아무 것도 못한다. 요즘 학생들은 연습이 부족하고 핸들 감각이 없어 운전 가르치기가 예전보다 힘들어졌다”고 말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첫 운전면허증을 막 발급받은 정소영(21)양은 “면허를 따기까지 운전연습이라곤 6시간 남짓 한 것이 전부인데, 지금 나가서 운전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교통 분야의 전문가들도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도봉운전면허 시험장 허용 선임과장은 “응시생들이 연습면허를 발급 받은 후 수 개월에서 1년 정도 충분히 연습하고 시험을 봐야 하는데 면허만 빨리 발급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이럴 경우 실제 운전을 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낮아진 사고율 앞세우는 정부 실상은 사고위험 높아지는 것

안전행정부는 운전면허 간소화가 신규 운전자의 사고율을 낮춘다고 밝혔지만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2012년 안전행정부 자료에 따르면 간소화 이전 3년 간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 1만 명당 교통사고는 평균 58.2건이었는데 간소화 이후에는 36.9건으로 사고율이 36.6%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장롱면허’가 증가해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씨는 “면허만 따놓고 운전을 하지 않는 운전자가 어떻게 사고를 내겠느냐”라며 정부의 발표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의견에 허용 선임과장은 “운전면허를 따놓고 연습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운전을 하지 않아 사고율이 낮게 나타났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의 통계 자료에 나타난 1년 미만 운전자들의 교통사고율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분석이 설득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간소화 정책이 시작된 2011년에 1년 미만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10,245건이지만, 간소화 이후 2012년의 같은 항목 건수는 10,845건으로  약 6% 증가했다. 반면 1년 미만 운전자 수는 2011년 113만여 명에서 2012년 125만여 명으로 약 10% 증가했다. 이처럼 사고 건수보다 운전자 수가 더 많은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사고율은 0.9%에서 0.86%로 감소했다고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간소화가 기능시험을 축소하고 이에 따라 운전면허 연습생들이 도로주행 연습을,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율을 낮춘다는 결론은 현실을 왜곡해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나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배제한 채 통계 상의 비율만을 앞세워 간소화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사고율 감소에 반대되는 맥락의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도로학회가 2012년에 발행한 한 논문에 따르면 ‘간소화 후 집단의 교통법규 위반까지의 생존기간이 간소화 전 집단에 비해 30.9일 단축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서 말하는 생존기간이란 특정사건이 발생하기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즉 위 결과를 풀이하면 간소화 이후의 신규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간소화 이전의 신규 운전자들에 비해 짧았고, 이는 그만큼 교통사고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철규 기자 27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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