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소비 트렌드 속에서 여유 역시 함께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스낵컬처에는 잠깐의 쉬는 시간 혹은 멍 때리는 시간조차도 놓치기 아쉬운 현대인들의 특성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짧은 시간에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혹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니 말이다. 나는 버스 안에서 가만히 창밖을 보며 사색하는 시간이 정말 좋다. 등교길이라면 하루를 시작하는 생각, 하교길이라면 하루를 정리하는 생각 등 여러 가지 사색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겁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잠깐의 여유조차 나노 단위로 끊어서 할 일, 볼 일로 채워 넣게 됐다.
생산되는 콘텐츠조차 호흡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 역시 조금은 아쉽다. 10분, 15분 등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를 소비하고 점점 더 찾게 된다. 반면 장편은 찾지 않고 매력 또한 반감되고 있다. 길게 진득하니 앉아서 장편의 작품을 보고, 그 작품 안에 담겨있는 의미 및 작가의 생각이 뭔지 고민해볼 시간이 없어진 것이다. 짧게, 그리고 쉽게, 말 그대로 과자 먹듯이 소비하는 문화 속에서 우린 뭘 생각해볼, 그리고 고민해볼 시간조차 없다.
물론 이런 현상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짧고 간편하게 소비되는 문화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장르 또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스낵컬처가 갖고 오는 긍정적 효과다.
사실 나조차도 여유를 즐기지 못하는 주제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마냥 부끄럽기만 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스낵컬처와 같이 여유의 상실을 느끼게 해주는 트렌드가 계속 지속된다면 그동안 내가 고민했던 모든 생각들까지 모두 허투루 느껴질 것만 같다. 가끔은 즉흥적으로, 그리고 여유롭게 사는 삶을 추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미래에는 긴 호흡, 그리고 사색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유’라는 가치가 구시대적 가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수환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