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기 위한 모든 자료를 모아놓는 USB가 있다. 나는 이곳에 폴더별로 호를 정리해서 취재를 했던 모든 과정이 담긴 파일을 저장한다. 인터뷰를 하기 위한 사전 질문지, 인터뷰 답변, 보도 자료, 정리 자료 등이 그것이다.

지난 661호 폴더에는 총 17개의 파일이 저장됐다. 많이 저장된 것인가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니다’이다. 659호에서는 22개의 파일을 저장했고, 660호는 26개, 이번 662호도 26개의 파일을 저장했다. 이 수치의 차이는 곧 기사의 질로 나타났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파일의 개수만큼 고민을 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적게 파일을 저장했던 661호에서 나는 ‘행정인턴·근로장학생 감축’ 기사를 썼다. 이때 나는 모든 기자들이 퇴근한 후에도 기사를 마치지 못해 고생을 했었다.

취재가 부족했고, 고민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단대별, 학과별로 무엇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세세하게 파고들지 못했다. 나부터가 내 기사에 대한 만족이 없었고 주위의 반응도 똑같았다. 총 26개의 파일을 저장했던 660호와 662호는 적어도 나에게 있어선 만족을 주는 호였다. 660호의 ‘정처 없이 떠도는 자전 학생회’ 기사와 662호의 ‘학생회비 인상 근거 설득 못한 공청회’ 기사가 특히 맘에 들었다. 고민을 한 만큼 마음에 드는 기사가 탄생하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 당연한 원리다.

하지만 그 원리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건 무엇 때문일까. 하나 확실한 건 있다. 기사가 나올 때의 보람이 나의 기자 활동을 지속시킨다는 것이다. 신문이 완성되고 USB 폴더를 정리하는 것도 뭔지 모를 보상감을 준다. 8GB USB의 용량이 다 찰 때쯤은 아마 그 ‘당연한 원리’를 조금은 지키지 않을까 싶다.

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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