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민트 라이프>
뷰민라 취소 사태로 드러난 음악에 대한 편견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직후 봄 시즌에 계획됐던 각종 공연과 축제들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그린플러그드, 월드디제이페스티벌, 청춘페스티벌 등 굵직한 행사들이 연이어 행사일정 변경 공지문을 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이후 공연계에 ‘정상 진행’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행사의 일정 및 내용 변경에 대한 안내문에는 ‘안타까움’, ‘슬픔’ 같은 단어들이 등장했고 국민 정서를 존중한다는 맥락의 말들이 담겼다.

공연을 하루 앞둔 25일 저녁, 갑작스럽게 공연 취소를 공지한 뷰티풀 민트 라이프(이하 뷰민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뷰민라는 고양시에서 개최돼 온 락 페스티벌로 올해 역시 지난달 26일과 27일, 지난 3일과 4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공연을 나흘 앞두고 주최사인 민트페이퍼는 일정대로 행사를 진행하되, 행사에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에 대한 애도의 의미를 담겠다는 공지를 게시했다. 하지만 대관사인 고양문화재단은 공연을 하루 앞두고 주최사인 민트페이퍼에 공연 취소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 철거되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현수막
관객들 고려하지 않은 갑작스런 취소

이에 대해 관객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뷰민라를 예매했던 연나경(23)씨는 “참사 이후 일상을 버티는 힘이 돼주는 건 뷰민라 뿐이었다. 공연을 가서 음악을 듣고 사람을 만나면 위로를 받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연나경씨는 “참사 직후 예매 관객 사이에서도 공연을 취소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주최측이 행사를 진행해주는 게 고마웠다. 주최측도 아닌 대관사가 일방적으로 공연 취소 통보를 하는 것은 공연을 기다렸던 관객과 공연을 준비한 뮤지션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관사가 공연 취소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 없이 티켓 환불 등의 절차적인 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뷰민라를 예매했던 관객들에게 불평을 사고 있다. 


고양시 “유가족 고려해 내린 결정”

고양문화재단 홍보마케팅실장 A씨는 주최측과 뷰민라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이뤄져 왔다며 갑작스런 결정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행사가 야외에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실내로 옮겨서 진행하거나 연기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하지만 주최측은 공연의 컨셉상 실내 공연은 힘들다는 점, 50팀 스케줄을 다 변경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재단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대신에 부대행사를 축소하고 음량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전국에 분향소 설치가 결정되고 희생자 중에 고양시민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연 하루 전날 리허설을 진행하자 주민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러한 정황상 뷰민라의 정상 진행이 어렵다 판단돼 결국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며 공연 취소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


침묵 아닌 목소리로 전하는 위로

뷰민라를 포함한 잇따른 음악 공연이 취소된 배경에는 ‘애도는 조용하고 엄숙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음악의 힘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국민들을 위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수원시립교향악단은 공연의 마지막인 커튼콜에서 추모곡으로 유명한 엘가의 <님로드>를 연주했다. “이 곡이 끝나면 박수치지 마시고 조용히 퇴장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지휘자의 인사에 따라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 조용히 공연장을 떠났다. 또한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곡을 발표해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김창완 밴드도 추모의 목소리를 담아 ‘노란 리본’이라는 곡을 발표했다.

뷰민라가 취소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을 담아 별도로 공연을 준비한 밴드도 있었다. 뷰민라에 출연하기로 돼있었던 ‘좋아서 하는 밴드’는  지난 3일 길거리 공연을 진행했다. 밴드의 일원인 조준호(31)씨는 “뷰민라가 취소되면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힘을 줄 기회가 없어졌다. 음악은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로해주기 위해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작금의 사태에 대해 뮤지션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의 음악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공연을 계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공연을 하기 위해 우리의 음악을 통해 위로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소수를 위해서라도 노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분이 공연을 보러 와주셨고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을 먼 거리에서도 자리를 지켜주셨다”며 공연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글_ 장한빛 수습기자 hanbitive@uos.ac.kr
사진_ 민트페이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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