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휴먼캐피털(Human Capital)’이란 개인에게 체화된 소득창출능력을 의미한다. 우리말로는 ‘인적자본’이라고 부른다. 여러분이 대학에 진학하여 4년을 공부하고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인턴을 하는 것도 휴먼캐피털을 쌓기 위한 노력이다. 이렇게 여러분들이 다양한 활동에 투자하는 이유는 소득창출능력을 높여서 미래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휴먼캐피털은 축적하는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다. 하지만 한 번 몸에 체화된 자본은 누구도 훔쳐갈 수 없으므로 온전히 내 것이 된다. 뿐만 아니라 휴먼캐피탈의 양의 많이 쌓일수록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수가 줄어들면서 그 가치가 점점 증가한다. 그러므로 젊은 시절에 휴먼캐피털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매우 훌륭한 전략이 된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그 사람의 학식과 경험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어진 명성, 평판 또한 휴먼캐피털의 일부가 된다.  평판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축적되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소개팅을 하고 싶다면 과연 누구한테 부탁할까? 지금 소개팅을 부탁할 만한 사람(친구 또는 선후배)이 마음속에 떠오른다면 그 사람은 이 방면에서 오랜 기간 동안 명성이라는 휴먼캐피털을 쌓은 것이다.

평판이 좋은 사람은 같은 정도의 학식과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요가 많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받는다. 반면에 학식과 경력이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평판이 안 좋으면 그 사람이 보유한 객관적인 휴먼캐피털은 노동시장에서 할인되어 거래된다. 그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명성은 개인의 소득창출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휴먼캐피탈로서의 작용을 한다.
그런데 명성이란 휴먼캐피털은 쌓기는 매우 어렵지만 단 한 번의 잘못만으로 크게 떨어질 수 있으며 한 번 떨어진 명성은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특징을 갖는다. 떨어진 명성은 당연히 소득창출능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 음란행위 사건으로 언론에 크게 보도된 제주지검장의 경우가 하나의 좋은 예가 된다. 이 사람의 경우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고 관련 법률지식과 경험도 매우 풍부할 터이나 이제는 변호사로 개업한다고 해도 사건을 수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열심히 공부한 대가로 좋은 직장에 취업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직장인이 되어서 주어진 업무를 매우 성실히 수행하여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신망을 얻는다면 여러분은 경력과 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렇게 어렵게 얻은 명성이 한 순간의 잘못으로 물거품이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러니 명성을 쌓는 것만큼이나 잘 지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명성을 지키는 방법을 알고 있으나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실천이 매우 어렵다는 것 또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온전히 지킬 때 여러분의 휴먼캐피털의 가치는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송헌재(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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