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성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주요 예술영화전용관들
올 여름 <명량>을 필두로 하는 기대작들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영화 시장은 이제 1,500만 시대를 맞았다. 그 틈에서 소규모 저예산 영화들 또한 작은 돌풍을 일으키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예전부터 이러한 영화들은 일반 관객에게 별로 익숙지 않았다. 소규모 저예산 영화에 해당하는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다양성영화’라는 용어 역시 생소하다.

유명세를 타지 않은 다양성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예술영화전용관을 따로 찾아가야 하는데 이마저도 수도권이나 일부 대도시에만 집중돼 있다 보니 지방 관객들은 자연스레 다양성영화와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최근 다양성영화인 <비긴 어게인>이 박스 오피스 예매율 2위에 오르며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4만 3,92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한 다양성영화 중 평일 최다 관객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역시 <명량>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불과 50개 남짓의 스크린에서 상영됐지만 다양성영화로는 괄목할만한 성과인 관객 12만을 끌어 모았다.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다양성영화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상업영화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작품성과 예술성에 치중한 영화다. 일반적으로 200개 이하의 스크린을 점유하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일정 심사 과정을 통해 비로소 다양성영화로 분류된다. 올해에는 여러 다양성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며 아트 필름(art film)과 블록버스터(blockbuster)의 합성어인 ‘아트버스터’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특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경우 다양성영화임에도 관객 77만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상반기 흥행한 다양성영화 대부분이 해외 작품인 가운데 한국영화로는 <한공주>의 성공이 돋보인다.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영화를 찾는 관객들도 많아 대중성 또한 입증했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작품이라도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 기존 영화 시장의 모습임을 생각해 보면 더 값진 결과다. 평소 다양성영화를 즐겨보는 이주연(20)씨는 “다양성영화를 보면 기존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 상업적인 영화는 일부러 상업적인 의도를 띄고 몇몇 장면을 연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성영화들은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그려내는 것 같아 좋다”며 다양성영화의 매력에 대해 언급했다.


다양성영화 시장이 성장한 배경

현재 예술전용상영관은 전국 총 50개가 있는데 그 중 36%가 씨지브이(CGV)의 ‘무비꼴라쥬’ 라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영화 체인 1위 기업이 영화계의 질적 발전을 위해 실시한 노력이 다양성영화 시장의 양적 발전을 이끌어 낸 것이다. 무비꼴라쥬 영화와 연계하여 시네마톡, 아트톡, 무비꼴라쥬 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얻은 성과다. 무비꼴라쥬는 올해 <우아한 거짓말>, <한공주> 등의 투자·배급까지 맡으며 다양성영화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는 2009년부터 직접 작품을 수입·배급하고 있다. 사무처 관계자는 “이번에 주목받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우리가 기존에 뚝심 있게 진행해 온 사업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의 수입·배급 사업 또한 전망이 밝을 것”이라며 기대를 밝혔다. 여전히 상업 영화에 비해 다양성영화는 작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작은 시장으로 남지만은 않을 것이다.

조예진 기자 yj951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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