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의정부여중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권고에 따라 처음으로 9시 등교를 시행했습니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의 수면권 보장과 학습 효율 증진이라는 9시 등교의 취지를 밝히고, 지난달 14일 경기도 각급학교에 ‘9월 1일부터 9시 등교를 시행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권고한다’는 공고문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등교 시간이 늦춰지자 가장 먼저 반대의 목소리를 낸 건 맞벌이 부부들이었습니다. 자녀가 아침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이죠.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학교 측에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개학을 앞둔 시점에 9시 등교가 갑작스레 결정되면서 충분한 의견수렴의 과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9월 달부터 9시 등교를 시행하는 한 고등학교의 재학생 Y모양(18)은 “어떤 수요조사나 의견수렴 과정 없이 학교가 9월부터 9시 등교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그 이후 9시 등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수업이 시작되는 9시 이전까지 이뤄질 아침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어보는 설문지가 배포됐다”며 9시 등교가 당사자인 학생 및 학교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교육청의 갑작스런 권고에 따라 추진됐음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9시 등교 정책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9시 등교의 직접적인 수혜자로 기대됐던 학생들 또한 정책을 그다지 반겨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부천의 한 사립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신모양(18)은 “사립학교라 아직 시행은 되지 않았지만 주변엔 반대하는 친구들이 많다. 하교 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장점보다 단점을 더 크게 생각하는 것 같다. 수업이 늦게 끝나면 학원 시간이 빠듯해지고 학교에 늦게 등교하는 만큼 자습 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버스로 통학하는 애들은 일반 직장인들과 출퇴근 시간이 겹치게 되니 교통이 더욱 혼잡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9시 등교가 결정되다 보니 하루 일과가 다 틀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죠.

현재 9시 등교는 경기도 교육청의 적극적인 권고 아래 학교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수요조사를 거친 후 자체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급작스런 시행에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저 ‘학생들이 원하기 때문에’, ‘아침잠을 보장해주고 가족들과 식사할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라는 그럴싸한 명목만 내세운 채 정작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이나 학생들의 일과를 외면한 것은 아닌지, 충분한 검토 없이 선진국 정책을 무리하게 따라간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한빛 기자 hanbitiv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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