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의를 수강신청하면서 무엇을 기대했나요?” 어느 강사의 첫 번째 질문이다. 대답은 없었다. 강사는 답변을 듣기 위해 같은 질문을 3번 던졌다. 그래도 대답은 없었다. 어려운 질문이 아니니까 자유롭게 대답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도 강의실은 조용했다. 학생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강의실 풍경이다.

우리대학의 많은 강의가 ‘토론식 수업’을 표방하며 수업 시간에 대화를 장려한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만은 않다. 학생들의 입을 열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길 꺼린다. 단순히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더 이상 들려줄 자신의 이야기가 없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 SNS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요즈음 SNS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SNS에는 다른 사람의 행복한 게시물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으며 심하면 우울증까지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연구와 기사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실 다른 사람의 SNS 게시물을 보며 박탈감이나 우울함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진 않은 것 같다. 박탈감이나 우울함은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타인의 행복한 게시물들을 보며 생긴다. 그렇게 우울하면 SNS를 하면 된다. SNS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다. 문제는 하고 싶어도 SNS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SNS을 활용할 만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SNS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을 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을 때, 여행을 떠났을 때,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등등 자랑하고 싶은 게 있을 때 SNS는 빛을 발한다.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인생 이야기가 있을 때 쓰는 것이다. SNS를 활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실 활용하려 해도 못하는 것이다. 남에게 들려줄 인생 이야기가 없으니까 SNS를 하고 싶어도 못 한다.

강의실 풍경에서도, 속출하는 SNS 관련 기사에서도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없다는 현실을 알 수 있다. 이야기가 없는 인생은 불행한 인생이다. 들려줄 이야기가 없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은 가만히 있거나, 박탈감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게 아니다.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이야깃거리를 가꾸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김민기 학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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