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샤넬전 - 장소의 정신>

‘문화 샤넬전’, 명품 브랜드 샤넬의 이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문화라는 단어가 제법 잘 어울린다. 전시 포스터에는 고전적인 얼굴을 가진 동시에 현대적인 유행을 선도했던 샤넬의 철학이 담겨 있는 듯 하다.

샤넬은 여성들의 편의를 위해 긴 치마를 무릎 기장으로 줄이고 바지를 활용한 톰보이룩을 선도하며 현대 여성 패션을 이끌었다. 샤넬이 ‘장소의 정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브랜드의 역사와 창시자 가브리엘 샤넬의 일대기를 고스란히 담은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에서는 가브리엘 샤넬의 사진과 다양한 컬렉션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 2013년 S/S컬렉션 샤넬 레고백(좌) 마릴린 먼로의 말을 인용한 팝아트 클러치(우)
▲ 문화 샤넬전 전시 포스터
기대에 부풀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로 향했지만 전시장 입구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DDP의 복잡한 건물 구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시장이 어두워 입구 바로 앞에 서있어도 문 너머가 전시장이라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는다. 몇 번을 헤매다 스르르 열리는 자동문에 발걸음을 옮기면 경호원들이 서있는 전시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고가의 컬렉션 작품이 다수 전시돼 있는 만큼 경호가 철저했다. 전시장 군데군데 자리한 경호원들은 어두운 실내에 자칫 발을 잘못 디딜까 손전등을 비춰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온통 새까만 내부에 전시품을 비추는 핀조명이 전부인 내부에서 어둠에 적응하는 데엔 꽤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이유는 이 새까만 실내와 눈부신 조명의 대비가 샤넬의 이미지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어두운 내부에 규칙적으로 배치된 조명은 전시장이 아닌 샤넬의 패션쇼장에 온 느낌까지 들게 한다.

전시장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또 하나는 샤넬 N°5 향수병이다. 샤넬 N°5 향수는 직접 써보진 못했더라도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향수다. 이 향수는 마릴린 먼로가 잘 때 무슨 옷을 입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다. 오직 몇 방울의 샤넬 N°5만 걸친다”고 말하면서 유명해졌다. 진열장 군데군데 전시품과 함께 놓여진 N°5 향수병은 비록 향을 풍기진 않지만 샤넬의 이미지를 한층 더 부각시킨다. 샤넬을 대표하는 검정색과 금색의 조화로 시각적인 재미도 준다.

‘장소의 정신’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전시는 장소 중심으로 전시가 기획됐다. 베니스와 파리, 뉴욕과 할리우드 등 장소에 대한 샤넬의 기억 한 자락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주로 전시돼 있다. 샤넬을 대표하는 하얗고 탐스런 카멜리아에 대한 가브리엘 샤넬의 애정과 소소한 일화도 엿볼 수 있다. 각각의 장소에서 받은 영감으로 만들어 낸 샤넬의 옷과 악세사리 등이 함께 배치돼 눈이 즐겁다. 출구에 다다라서는 바로 지난해 S/S 컬렉션도 일부 볼 수 있다. 패션에 관심은 많지만 백화점 1층에 크게 자리한 샤넬 매장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사람이라면 이번 전시를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장한빛 기자 hanbitiv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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