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고전 중 가장 훌륭한 것 중 하나로 뽑히는 플라톤의 『국가』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플라톤이 고민하여 답한 책이다. 플라톤은 다른 철학자들과 달리 극의 형식으로 글을 썼는데 『국가』는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이자 플라톤의 형제인 글라우콘과 아데이만토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국가』 2권 초반부에서 글라우콘과 아데이만토스는 소크라테스에게 아주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이 정의롭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은 충분히 강하지 못하여 평판을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무제한적인 힘을 가지게 되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경우 올바르게 행동할 사람은 하나도 없지 않겠는가?”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받은 소크라테스는 기뻐하면서 두 형제의 자질이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을 한다. 어떤 자질이 훌륭하다는 것인가? 두 형제는 사실 정의란 명성과는 관계없이 그 자체로 좋고 결과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정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밝히기 위해서 이들은 자기들이 믿는 것과는 반대되는 질문을 던져 스스로의 생각과 믿음이 정말 참인지 검증한다. 자신들의 믿음 체계를 완전히 파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강력한 반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까지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려는 태도와 이를 수행하는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바로 소크라테스에게 칭찬받은 두 사람의 뛰어난 자질이었다.

대학생들은 다양한 통로를 통해 여러 정보를 읽고 듣고 얻으면서, 그 내용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쏟아지는 정보를 수용하기에 급급할 뿐 꼼꼼히 검증하지 못하고 수용된 정보를 자신의 삶에 능동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는 것 같지만 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등 교육을 받는 지식인답게 살기 위해서는 주어지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때 비판은 상대를 꺾어 내 생각이 이겼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 자체에도 그 칼날을 들이대어 그동안 믿어왔던 것이 설사 완전히 틀렸을지라도 진리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 또한 목표로 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철저히 점검할 때, 내 믿음이 너의 믿음보다 더 낫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참인 것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대학생으로서 가져야 할 능력 중 하나인 비판적인 사고는 자신을 확실한 앎을 가진 더 훌륭한 사람으로 고양시킨다. 이를 위해 글라우콘과 아데이만토스처럼 자신의 믿음과는 반대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 위험한 질문에 성공적으로 대답을 한다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참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분명해질 것이고, 던진 질문에 의해 내 생각이 틀린 것으로 드러난다면 자신의 무지를 알았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정말 옳은가?”라는 질문은 자기에 대한 진정한 성찰의 첫걸음이다.


이종환(철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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